교통안전연구교육원장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교통부문에서, 환경보호는 물론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에코드라이브가 지속가능한 운전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8월에 소개한 일본 동향에 이어 유럽 주요국과 미국의 에코드라이브 추진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과 미국은 역사적 배경과 정책 변화에 따라 에코드라이브를 제도화하고 실천 기반을 구축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풍부한 석유자원과 고속도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형차 중심의 자동차 문화를 형성한 시기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은 낮았고, 에코드라이브의 확산도 더뎠다. 반면, 자원 부족과 경제 재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던 독일과 일본은 연료 절약형 소형차 개발과 보급을 통해 고효율화를 추구하며 에코드라이브의 기반을 조기에 마련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에너지 절약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 시기부터 등장한 에코드라이빙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1990년대 이후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교통 전략의 실천방안으로 에코드라이브 개념도 확장되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딜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교통 부문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저탄소 존(LEZ) 확대, 전기·수소차 보급 등은 그 대표적 사례다.

또한 유럽은 에코드라이브를 제도적으로 앞서 도입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유럽위원회(EC)는 2007~2013 IEE(Intelligent Energy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에코드라이브 교육, 정보 제공, 국가 간 연계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2001년 발족된 ‘Eco-driving Europe’과 2007년 시작된 ‘ECODRIVEN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 10여 개국이 참여해 운전면허 교과과정 통합에 에코드라이브를 항목으로 포함시키고 교육 확산을 목표로 했다. 또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웹사이트(ecodrive.org), 브로슈어, 워크숍 등을 통해 양질의 매뉴얼을 보급함으로써 실천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은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80년대 일본차의 인기가 높았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캘리포니아주의 배출가스 제로 법안 제정실패나 GM의 EV-1(전기자동차)의 전량 회수 및 폐차처분 사례에서 보듯 에코드라이브 추진은 다소 늦었다. 연방 차원의 에코드라이브 정책은 상대적으로 느슨하지만, 주정부와 민간기업 중심의 자율적 확산으로 2005년 캘리포니아주의 공회전 금지법 제정, 고등학교 교육과 운전면허 시험에 에코드라이브 교육 도입, 테슬라 등 기업의 AI 기반 운전 보조 시스템 개발 등의 사례는 일부이다. 기술 중심의 접근이외에 보험사들도 운전습관 기반 할인 제도를 확대하며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 이후 연방 정부는 파리협정 재탈퇴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강화를 추진하며 에코드라이브를 포함한 친환경 교통전략은 지방정부와 기업 주도로 유지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우리나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기적으로는 운전면허 취득 단계부터 에코드라이브 이론 및 체험교육을 강화하고, 여객 및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실천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보험사와 연계한 운전습관 기반 할인제도 역시 효과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량 내장형 연비 최적화 알고리즘, 주행데이터 AI 분석 및 코칭 시스템, 스마트 보험 시스템 등 기술 진화를 병행함으로써 에코드라이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운전문화를 친환경 경제운전 문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와 정부의 역할 강화는 물론 제도와 기술, 교육과 인센티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에코드라이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를 실천하는 운전자는 단순한 교통 참여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탄소저감 정책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