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육연구소장

H2O의 물을 인문학의 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물에서 삶의 지혜를 벤치마킹한 노자가 말했지요.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것으로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라는 것이지요. 물에서 삶의 지혜를 벤치마킹하라는 것입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물에서 비롯되었지요. 물은 모든 생명체를 생(生) 하게 하는 생명수이지요.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왔으니 남과 주위를 생 하게 하는 업을 쌓고 가야지요. ‘나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주위가 나아졌다면 그는 성공 인생을 산 것이다’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지요. 물처럼 나와 남을 생 하게 하는 상생(相生)의 삶이 상생의 사회를 만들지요.

물은 산이 막히면 굽이굽이 돌아가고 바위를 만나면 자신을 쪼개어 비켜 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운 다음 뒷물을 기다려 비로소 나아가지요. 이것이 무리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 물의 순리 덕목이라 하겠습니다. 만사에는 순리가 있지요. 일의 시비(是非), 경중(輕重), 선후(先後)를 잘 따져서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억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순리의 지혜이지요.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높은 곳을 향하지요. 더 높은 이상, 목표, 벼슬, 명예 등. 그러나 물은 한없이 낮은 곳을 향하지요. 물 중에서 가장 낮고 넓은 물은 바닷물입니다. 바다는 가장 낮기에 계곡물, 시냇물, 강물 다 받아들이고 가장 넓기에 깨끗한 물, 더러운 물 할 것 없이 다 받아 주지요. 다 받아 준다고 해서 바다라 하지 않았나 합니다. 낮추고 받아 주는 물의 성질에서 자기를 낮추는 겸손 그리고 모든 것을 끌어안는 포용의 덕목을 벤치마킹 해야지요. 가장 낮은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인 것처럼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모든 덕목의 으뜸이지요. 아무리 높은 산도 바다를 포용할 수 없지만, 바다는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포용하지요. 산처럼 높은 권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포용할 수 없지만, 바다 같은 포용력은 모든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지요. 몸을 안으면 포옹, 마음을 안으면 포용, 몸과 마음을 포옹도 하고 포용해야지요. 겸손과 포용력은 인간관계의 최고 덕목이요 지도자의 필수 리더십이라 하겠습니다.

물은 네모그릇에 들어가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서는 둥글게 되는데 이것이 물의 유연성이지요. 주역에서는 이를 수시변역(隨時變易)이라 했습니다. 네모그릇에서는 네모, 둥근 그릇에서는 둥글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물처럼 때와 상황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라는 것이지요. 중용에서는 시중지도(時中之道)라 했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취하라는 것이지요.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고, 말할 때 말하고, 침묵할 때 침묵하라는 것이지요. 인생에는 고정된 답이 없기에. 수시로 변하는 그때그때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인생의 답이지요.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생활방식의 우물 안에 갇혀 있거나 경직되지 말고 새로운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뒤처지지 않아야 변화의 시대에서 낙오되지 않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라떼꼰대가 되지 말아야 하지요.

물은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변신시킬 수 있지요. 이러한 부드러움은 겉으로 나타나는 물의 성질이지요. 시멘트가 물을 만나야 콘크리트가 되고 밀가루가 물을 만나야 반죽이 되고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은 물체를 응집시키는 감춰진 물의 본성 때문이지요. 물은 인간의 정신력도 응집시키지요. 그래서 옛날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장독대 위에 정한수 떠놓고 소원을 빌었지요. 이처럼 물은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의 본성을 숨기고 있지요. 인문학적으로 말하면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 하겠습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감춰진 내면은 곧고 굳센 것을 말하지요. 이런 사람을 외유내강한 사람이라 하고 이런 지도자를 외유내강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하지요. ‘다른 사람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자기 자신을 다스릴 때는 가을서리처럼 엄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 이것이 외유내강이지요.

그렇습니다. 물의 인문학은 상생(相生), 순리, 겸손, 포용, 유연, 외유내강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