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 곰, 정형행동에 관심↑
모니터링 3년 지나도 생태환경 부적합
사육환경 개선되고 있지만 한계있어

서울어린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곰이 벽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들이받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면서 대전 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대한 생육 환경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와 곰 등이 반복적인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 특히 곰이 지속적으로 머리를 박고 있어 안타깝다”는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정형행동’은 좁은 우리나 단조로운 환경에 갇힌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이지만 목적이 없는 이상행동을 말한다.
대전에서도 2022년 이같은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환경단체가 동물 사육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당시 대전아쿠아리움의 경우 야외방사장 조성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임에도 붉은 코코아티, 마못, 라쿤, 사막여우 등이 사육되고 있었다. 라쿤의 경우 좁은 우리를 반복적으로 왕복하는 정형행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맹수관 역시 비슷한 환경으로 유리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관람객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 오월드도 일부 사육장은 생태적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과 인조 바위 등이 설치돼 있었으며 버드랜드의 일부 조류는 관람객 사이로 무경계·근거리 형태로 노출돼 있었다.
3년 지난 올 3월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오월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오월드의 방사장이 생태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훔볼트펭귄·아무르표범·반달가슴곰·수달 등 야생동물들이 정형행동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아쿠아리움도 상황은 비슷하다. 맹수관은 여전히 유리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은신처도 따로 없이 노출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쿠아리움은 맹수관을 확장할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종 특성에 맞는 사육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충남녹색엽합 관계자는 “동물원은 면적과 서식 환경이 동물의 생태학적 환경과 다르게 콘크리트 구조물 등으로 조성되면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다수다. 정형행동 같은 경우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원인으로는 좁은 환경, 시선노출 등이 크다”며 “사육 환경을 위해 좁은 공간 확장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넓여야하기에 한계가 있다. 최대한 동물의 실제 생태환경과 비슷한 공간의 생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