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엿도 현수막도 없이 조용한 배웅 이어져
“핸드폰 꼭 끄고” 당부만 남긴 부모들 차분한 긴장
입실 마감 직전 경찰차에서 내린 여학생도 뛰어올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대학입시는 수많은 인생의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내 인생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여전히 큰 것도 사실이다. 청소년에게 있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큰 관문이기도 하다.
13일 대전 둔원고등학교 앞에선 새벽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능한파는 없을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의 볼은 긴장 때문인지 붉게 올라있었고 부모들은 행여 부담을 느낄까 조심스럽게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오전 7시 교문 앞에는 싸이카를 비롯한 교통경찰과 기동대·기순대 모범운전자회가 일찍부터 자리를 지켰다. 학교 앞 도로에는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길게 늘어섰고 부모는 문을 직접 열어주며 마지막 당부만 건넸다.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서둘러 돌아가는 아버지도 있었고 도시락을 끝까지 쥔 채 교문에서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어머니도 있었다. 교문 앞에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도시락을 손에 든 아이들도 보였다. 춥지 않다며 가볍게 웃고 친구를 만나 자연스럽게 교정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약관(弱冠)이겠지만 부모에겐 언제나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휴대전화 꼭 끄고 감독관에게 반납해. 잊지말고.”
수능 날 아침에는 늘 그렇듯 경찰차를 타고 오는 학생이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8시 10분 입실 마감 시간 직전 경찰차 한 대가 교문 앞에 멈춰 섰고 여학생 한 명이 밝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 언덕을 빠르게 뛰어올랐다. 어딘지 몰라 방황하는 학생에게 안내 인력은 즉시 방향을 안내해 무사히 입실할 수 있었다.
이날 교문 앞에는 새벽부터 자리를 지킨 학교지킴이 이용성 씨가 끝까지 남아 아이들을 기다렸다. 37년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한 그는 “해마다 경찰차를 타고 오는 아이가 꼭 있다. 누구라도 마음이 조급해지면 그럴 수 있다”라며 마지막 학생이 뛰어 들어간 교정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끝까지 와보려고 경찰차라도 붙잡고 달려오는걸 보면 참 기특하지. 안쓰럽기도 하고…, 이런 아이들을 보면 매년 수능 날이 남 일 같지가 않아. 그래서인지 오늘 같은 날은 더 오래 서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근우 기자 gn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