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지방 투자 확대” 주문에 4대 그룹 화답
지역 디스플레이·車·반도체·바이오제약 성장 예고

사진= 이재명 공식 SNS
사진= 이재명 공식 SNS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자 4대 그룹 등 대기업이 1000조 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약속하면서 충청권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미 투자가 강화되면 국내 투자가 줄지 않을까 걱정들을 하는데 (중략) 지방 산업 활성화를 위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중 현금 2000억 달러(연간 200억 한도),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를 합의한 상황이다.

참석한 대기업들은 곧바로 화답했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 원을 투자한다. 경기 평택 2단지 5라인(P5) 건설에 50조 원이 투입되며 비수도권 투자도 확대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의 8.6세대 OLED 라인을 4조 1000억 원 규모로 확장, 3000명 직접 고용과 협력사 포함 2만 명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에 AI용 메모리 대응 HBM 패키징 라인도 확장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5년간 125조 원을 투자한다. 전동화·SDV·로보틱스·AI·수소 등 미래 신산업에 50조 5000억 원을, R&D에 38조 5000억 원, 생산설비 고도화에 36조 2000억 원을 각각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차 아산공장과 국내 부품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충남.충북지역의 협력업체에도 상당한 투자금이나 혜택이 흘러갈 것”이라며 “대전·세종 일대는 자율주행 실증단지와 인공지능 연구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현대차의 SDV 개발과 로보틱스 기술 실증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고 수소차·수소공급망 실증이 활발한 서산·당진권은 현대차의 수소 상용차 전환정책과 맞물려 설비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K그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128조 원에서 600조 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600조 원 투자는 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중되겠지만 현재 추진 중인 화성~안성~용인, 용인~충주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충남·충북 지역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와 물류망으로 연결돼 운송비 절감과 함께 지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키징 업체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제약업계의 맏형 셀트리온은 향후 3년간 송도(인천)·충북 오창·충남 예산 등 국내 거점에 4조 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수요 대응과 ‘수도권–충청권 바이오벨트’ 구축을 목표로 한다. 지역 바이오제약업계 관계자는 “오창 증설은 단순히 연구 인력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공정개발·시약·장비 등 후방 공급망 전체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특히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품질관리(QC)·공정개발(CMC) 기업들이 납품과 공동연구 수요를 대거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철강 산업은 산업공동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8조 원을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 완성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강판의 핵심 생산 거점인 당진제철소의 일부 라인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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