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미 시인 열한 번째 시집 '굴포운하' 표지. 시아북 제공

세계 3대 운하인 수에즈 운하보다 752년, 코린트운하 보다 747년, 파나마운하보다 671년이나 앞서 시도했던 운하건설 역사가 충남 서산에 존재하고 있다.

오영미 시인은 그리스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서산지역의 ‘굴포운하’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고 시도했던 운하의 역사가 시인이 살고 있는 서산이 원조였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떨림이 있었다고 한다.

시간을 거슬러 ‘굴포운하’의 존재성을 연구하며 현장을 찾아 기록하며, 시 창작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오 시인은 열한 번째 시집으로 ‘굴포운하’(시아현대시선 030, 시아북)를 출간하고 출판기념회 준비 중이다.

‘굴포운하’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와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간의 7km에 달하는 운하유적을 말한다.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뱃길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곡창 지대인 호남 지방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서해안 바닷길을 통해 한양으로 운송했으나, 곡물을 수송하는 조운로漕運路는 자연재해가 심했으며 특히 지금의 태안군 앞바다에 해당하는 안흥량 해역은 선박의 피해가 심한 곳이었다.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외해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 안흥량을 지나는 대신 태안반도를 관통하는 방식인 운하를 건설하려 했던 것이다. 그 지역은 현재의 태안군과 서산시의 경계 지역에 해당한다.

오 시인은 7km 중 4km만 개착하고 나머지 3km는 미완의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이 커 서산시민 뿐만 아니라 충남, 전국,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시집을 계획했다고 했다.

운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인공수로다. 시에 있어서의 운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시적 불통을 뚫어주는 가장 큰 지름길이 된다.

오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적 감성과 서산의 굴포운하를 통로로 활용해 시 창작을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인의 역사적 소명 의식을 앞세워 지역 사랑과 문학적 치유를 곁들여 하나의 시집으로 탄생하게 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누구나 같은 소재로 평범한 시작은 매력을 잃기 쉽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오 시인은 중견으로서 지역의 역사성을 잊지 않고 시와 접목시키는 통찰력이 훌륭하다. 2020년도에 발간한 ‘청춘예찬’이 그렇고, 윤석중문학나눔사업회 회장으로서 석동 윤석중 선생에 대한 고찰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전국 어린이 동시낭송대회’와 ‘전국 어린이 백일장’ 등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오영미 시인의 작품 속에는 ‘서산’과 ‘문화’가 문학과 어우러져 맛깔나게 빚어내는 전통음식의 맛이 들어 있다. 또 시인의 삶과 인생, 상처와 치유, 절망과 위로, 이별과 사랑이 쉼 없는 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2008년 첫 시집 ‘서산에 해 뜨고 달뜨면’(도서출판 가야), 2012년 ‘모르는 사람처럼’(글나무), 2017년 ‘올리브 휘파람이 확’(시와표현), 2018년 ‘벼랑 끝으로 부메랑’(도서출판 지혜), 2019년 ‘상처에 사과를 했다’(시와정신), 2019년 ‘떠밀린 상상이 그물 되는 아침’(청어), 2021년 ‘나도 너처럼 오래 걸었어’(시아북), ‘원산도’(시아북), ‘에스프레소’(도서출판 답게), ‘서서 오줌 누는 女子’(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시선사), 2022년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 안 들릴 때’ 등 끊임없이 창작의 열정으로 문학의 꽃을 피우고 있다.

구재기(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시인은 “오영미의 시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이미 익숙해져 있고, 이미 단련된 삶의 방식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명백한 현실에 비해 보다 무엇인가 비현실적인 삶을 요구하면서 그것을 시 속에 용해시켜 놓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또 “시인 오영미는 자기 자신이 설계해 이룩한 언어의 성 안에서 삶을 어떻게 육성하고 있으며, 어떻게 활성화해 향유하고 있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시인 오영미가 긍정적으로 시인이란 이렇고, 시란 이렇다고 축성해 놓은 언어의 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찬란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인 오영미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 석사를 수료했으며, 충남문학 대상, 한남문인상 젊은작가상,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등을 수여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충남시인협회 회원이며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서산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소금꽃시문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영미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굴포운하’ 출판기념회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논산 김홍신문학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이번 시집 출간 기념을 위해 시아북 출판사에서 ‘제6회 김명수 시인의 찾아가는 북 콘서트’ 행사와 접목해 ‘오영미 시인의 치유문학 詩 사랑과 삶’이라는 주제로 논산 시민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로 진행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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