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출신 봉사왕

“그동안 받은 도움, 이제는 베풀며 살아야죠.노숙자에서 노숙자를 상대로 자원봉사의 삶을 꾸려가는 이가 있다. 건설현장에서 목수 일을 하는 김재웅(49) 씨다. 그는 2005년부터 자정이면 어김없이 대전역에 나타나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물과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또 매달 2회 이상 속칭 ‘쪽방촌’을 방문해 장판교체, 전기공사, 도배 등의 집수리 봉사 활동도 벌인다.한때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왔었지만, 지금은 좌절을 딛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충북 출신인 그는 1999년 고향을 떠난 뒤 전국의 건설현장을 전전했지만 워낙 손재주가 좋은 기술자로 인정받고 수입도 괜찮았다.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공사장 일거리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하는 일마다 꼬였다.김 씨의 노숙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거리생활로 그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고, 시름을 잊기 위해 한잔 두잔 마시던 술은 건강까지 악화시켰다.그런 김 씨에게 다가간 사람은 대전 홈리스지원센터의 강자애 상담사.센터의 도움으로 자립할 수 있었던 그는 이때부터 건설현장 등에서 목수로 일하며 벌은 수입으로 대전역 인근 노숙자들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돕기 시작했다.김 씨가 대전역 노숙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자신도 노숙자였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노숙자들은 정신질환 등의 병을 앓거나, 가정이 파괴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몸도 마음도 상처 받은 사람들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김 씨는 “노숙자들이 일하기가 싫어서 거리에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나도 한때 좌절감 등을 맛보며 웃음을 잃고 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그는 봉사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봉사의 시작은 아주 작은 관심과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을 갖는 순간부터 시작되고, 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김 씨. 그는 “집수리 봉사를 다니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홈리스지원센터와 희망진료소의 후원으로 도배지 등의 지원을 받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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