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멘토링 본격 운영 벤처기업 상생의 길을 걷다
선배 기업인들 경영전반 걸친 기술·지식·경험 예비창업자에 창조적으로 활용
대전中企진흥재단·CTO포럼 분야별 전문가 그룹 재능기부 선순환 창&
각종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치면서 불황의 늪에 빠진 기업인의 어깨가 무겁다. 기업 환경이 침체되면서 고용시장도 활력을 잃어 20대와 30대 청년 고용 환경은 악화일로다. 1년 가까이 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감소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경기전망 탓에 기업이 투자를 줄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청년층 일자리가 줄면서 20대 구직자들은 장기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하고 30대 구직자들은 좌절 속에서 인생의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덮어놓고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 창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직장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보다 창업으로 미래의 문을 활짝 여는 도전정신을 선택하는 젊은 CEO들이 기업 환경과 고용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선배 기업인이 앞에서 끌어주고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기관·단체들은 뒤에서 밀어주고 있어 창업 환경도 좋아졌다.

박 대표는 11년 전부터 동종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창업에 자신감이 있었다. 대략 일머리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장밋빛 미래를 구상하고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달랐다. 그리고 높았다. 기업을 일군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한 중소기업 지원 기관에서 창업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코치를 받았지만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는 해결 과제 앞에서 무력해지기 일쑤였다.
“사장의 위치에서 책임져야 할 일들에 대한 무게감이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울 줄 창업 전엔 미처 몰랐어요. 처음엔 호기(豪氣)가 넘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밀려드는 스트레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니까요. 인력관리부터 자금관리까지 회사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어요.” (박 대표)
창업 1년도 안 돼 일감이 떨어지고 정서적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 박 대표는 한 줄기 빛을 만났다.
바로 박 대표와 같은 고민 속에서 꿋꿋하게 기업을 일군 선배 기업인의 멘토링 서비스였다. 좌절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는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청년창업 멘토링제도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가 판을 깔고 재능기부 형태로 사단법인 대전충청CTO포럼이 참여하면서 지난해 11월 마련됐다. 멘토(선배 기업인)와 멘티(창업 기업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청년 CEO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박 대표의 멘토는 ㈜비엠시스(BMSYS·대전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김용덕 대표다. 고급 기능성 인솔(신발안창) 제조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일본 등으로 수출까지 하는 기업을 일궜다. 창업 7년차에 접어든 비교적 신생기업에 속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기술·혁신 기반 기업의 최고기술책임(경영)자 모임인 대전충청CTO포럼 사무총장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이제 막 창업한 청년 기업인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그리고 향후 현실로 맞닥뜨리게 될 고민을 너무나 잘 안다. 이미 경험을 했고 너무나도 힘겹게 고비를 넘겨왔기 때문이다. 청년창업가의 고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청년창업 CEO의 멘토로 참여할 수 있었다.
“7년 전 창업을 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바쁜 일상에서 청년창업기업 멘토로 나선 이유가 바로 나옵니다. 넘치는 의욕만 갖고 시작한 일에서 좌충우돌 하며 좌절의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했죠. 그때마다 나를 이끌어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지금 멘티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들이 시행착오를 줄여 원활하게 기업을 일궈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

“창업 초기엔 미래를 내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현실의 벽을 넘기도 바쁘니까요. 일감에 대한 걱정, 자금에 대한 걱정, 항상 노심초사입니다. 기술력 하나만 갖고 회사를 경영하는 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더라구요. 언제든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도 멘토 형님과 의논하고 여기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위안이 됩니다. 딱딱한 경영컨설팅이 아니라 인생 상담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박 대표)
“멘티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우선 창업 초기엔 경영 전반에 걸친 길과 방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꼭 거쳐야 할 포인트를 미리 잡아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매출규모별로 필요한 세무·경리 문제 같은 것들이죠. 두 번째는 창업초기에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한데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기업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해 주는 것이죠. 물론 멘티에게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멘토링 과정에서 창업 초심을 거듭 되새기게 되요. 다시 활력을 찾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죠.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건 이래서 보람도 있고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김 대표)
교과서엔 나오지 않는, 실전에 강한 실속 있는 멘토의 조언은 CTO포럼에서 기술·혁신을 교류해 온 배경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다. 현재 60여 기술 기업이 포진한 CTO포럼은 새로운 기술 동향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지금은 그 노하우를 멘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