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확대·규제 완화·업계 혁신
지역 건설업계 올해 최악 수주실적 제로 기업 태반 ··· 금융기관 자금 회수 급급
발주물량 확대·규제 완화 업계혁신 조화 이뤄야 불황터널 벗언라수 있어

지역 건설인들은 올해 지역 건설업계 사정을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지역 건설산업이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유독 올해가 더 힘들었다는 게 건설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불황에도 이른바 ‘잘 나가는’ 건설사들이 없진 않으나 그런 건설사 관계자들조차 올해 업계 사정이 ‘사상 최악’이라는 데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우선 지역에 발주되는 물량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줄었다.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운 현실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3년 1분기 충남, 세종 소재 일반건설사들의 수주실적을 최종 집계한 결과 728개사 가운데 무실적 건설사가 544개사(74.7%)로 나타났다.
방정혁 대한건설협회 충청남도회·세종시회 사무처장은 “올 1분기 수주액도 1726억원으로 이는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의 학교시설공사 집행물량 254억 등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1729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며 “계절적으로 비수기였다는 점과 1분기 발주예정이었던 일부 공사들의 설계지연 등으로 발주가 늦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지역 건설업계의 일감부족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중소건설사는 물론 전문건설업체들까지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고사직전인 지역 건설업체를 살릴 방안은 과연 없을까. 관건은 발주물량 확대와 규제완화, 업계의 혁신이다.
우선 대전시와 충남도, LH, 대전도시공사, 충남개발공사, 지자체 등의 발주처는 미래를 위한 SOC 투자가 짧게는 경기활성화, 길게는 복지의 실현이란 점을 인식, 기존 SOC시설 재투자, 도시기반시설 확충 등에 대한 예산확대 편성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과도한 규제를 풀어 업계가 숨 쉴 틈을 줘 건설부동산 경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자금 회수에만 급급한 금융권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
건설업계도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
생존 전략도 ‘선택과 집중’에 맞춰야 한다.
주택이나 토목 등 기존 사업분야만으론 불황을 이겨내기 쉽지 않아 각 건설업체들이 중장기적인 먹거리를 찾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의 한계를 말하지만 그렇다고 주택시장을 제외하고 다른 것만 추구할 수 없는 처지이다.
계룡건설은 고양 삼송지구에 친환경 명품 아파트를 분양하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강도묵 기산엔지니어링 대표는 “각 업체들은 시장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고 재무구조 견실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경영 내실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길수 기자 bluesky@ggilbo.com
------------------------------------------
"혁신으로 위기 돌파"
정성욱 금성백조 대표이사·회장 인터뷰
업계 스스로 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개척 눈 돌려야
“사실 건설업계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침체와 수주물량 감소, 저가수주 등으로 많은 업체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정성욱<사진>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장(㈜금성백조주택 대표이사/회장)에게 지역 건설사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묻자 ‘시장 침체’, ‘수주물량 감소’, ‘저가수주’란 단어가 나왔다.
중견건설업체 CEO로서 지독한 불경기를 체감하는 지역 건설업체의 입장을 고스란히 전하는 듯 했다.
정 회장은 현재 건설업체의 어려움에 대해 공사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었다.

정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고객만족을 위한 연구 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고, 정부도 공공자금 집행의 효율성에만 매몰돼 건설사들을 무한경쟁 속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일부 부도덕한 건설기업들로 인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실추되는 현 상황을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성장과 국가 중추 기간시설의 발전역사를 함께 해온 건설업은 반드시 경제 활성화에 있어 필요한 부분인데 건설 외적인 일들로 국민들에게 질타 받고 외면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
정 회장은 극도로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새 정부의 부동산·건설 관련 신규 정책에 대해 환영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1일 발표된 새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 대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서민경제를 안정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4·1 부동산대책은 건설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업계의 급한 갈증은 해소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건설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스스로 업역(業役)의 경쟁력을 강화하되 국민과 고객들 앞에서 혹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무엇을 더 개선하고 노력해야 할 지 연구해 건설업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건설업의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모두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길수 기자 bluesky@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