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액형 헌혈왕

“빨리 수술해야 할 것 같은데 혈액형이 Rh네거티브(-) B형입니다. 혈액 확보 가능한가요.”지난달 19일 부산의 모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위독한 상태를 알리는 의사의 다급한 말이다.긴급수혈 없이는 수술이 불가능했다.환자의 혈액형은 Rh(-) B형으로 희귀 혈액형이었다.병원은 혈액원 측에 긴급 혈액을 요청했고 마침 대전·충남Rh-봉사회 소속 Rh- B형인 민경배(45·대전) 씨에게 연락이 닿았다.이날 오후 4시30분경 민 씨는 홍성으로 출장을 가고 있었다.그는 망설임 없이 헌혈의 집으로 발걸음 돌려 긴급헌혈을 했고, 이내 소중한 생명 하나를 구했다.Rh- 혈액형은 우리나라 인구 중 0.2% 정도만 갖고 있는 희귀 혈액형이다.적은 인원이 가지고 있는 혈액형이다 보니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만큼 수혈이 쉽지 않다.가끔 TV에서 ‘긴급헌혈’을 알리는 자막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긴급헌혈 요청을 보고 금방 잊고 말지만, 이런 자막을 보고 응급실로 달려가 대가 없이 생명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지난해 긴급 헌혈횟수만 2회에 이르는 민 씨와 같은 사람들이다.통상 헌혈 후 혈액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3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Rh- 혈액을 가진 사람들에게 2회의 헌혈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1982년 고등학생 때 본인의 혈액형이 Rh- B형이란 것을 알게 된 민 씨는 이때부터 매년 꾸준히 2회 정도의 헌혈을 하고 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어느 때라도 발 벗고 나서 헌혈에 동참하는 그는 “긴급헌혈 요청을 받았는데 감기약 등을 복용해 헌혈이 불가능할 때 괴롭다”며 “매달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해 안타깝다”고 말할 정도다.민 씨는 평소에도 “헌혈은 생명을 나눌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이라며 주변에 헌혈을 권유하고 다니기로 유명하다.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소중한 게 어디 있겠느냐”며 “건전한 헌혈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소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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