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6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사령탑을 맡은 허정무 감독도 “사고 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등 프리미어리거를 포함한 해외파 선수들의 기량도 절정에 올라 있다. 열 두 번 째 선수인 붉은 악마들의 염원도 고조되고 있다.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까지 7회 연속(통산 8회) 본선 무대를 밟는 위업을 달성했다. 최고 성적은 지난 2002 한·일 대회 때의 4강이다. 그러나 2002 한·일 대회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역대 월드컵 성적은 초라했다. 원정 대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16강 진출을 하지 못했다. 원정 대회 첫 승도 지난 2006 독일대회에서 비로소 이뤘다. 이 때문에 원정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은 어느 대회 때보다 간절하다.한국은 본선 조별리그 B조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함께 경기를 치른다. 쉽게 볼 상대가 하나도 없다. 월드컵에서 번번이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유럽팀을 한 팀만 만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16강에 진출하려면 조별리그에서 2승 또는 최소한 1승 2무승부를 거둬야 한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16강 진출 제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개막 다음날인 6월 12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첫 경기를 치른다. 그리스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 오른 유럽팀 중에서 약체로 꼽힌다. 그리스 전에서 반드시 1승을 챙겨야 희망이 있다. 17일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비기거나 지더라도 경우의 수를 대비해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리지아 전은 23일 더반의 모세스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2승 1무로 앞서고 있는 만큼 반드시 이겨 승점을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그리스를 16강 진출 제물로한국과 그리스 모두 승점 3점을 확보해야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첫 경기에서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그리스는 다음 경기가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라는 부담감에 적극적인 공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그리스가 12위로 한국(49위)보다 앞서있지만 역대 대표팀 간의 전적에서는 한국이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6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1-1로 비겼고 2007년 영국 런던에서의 대결은 1-0으로 이겼다.그리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럽팀 중에서는 비교적 약체에 속한다. 미드필드와 수비를 강화하는 4-5-1 또는 5-4-1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전에서 승점 3점을 따기위해 보다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유럽 지역예선에서 조 2위(6승 2무 2패)를 차지한 그리스는 플레이오프에 나가 우크라이나를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예선성적은 20골을 넣고 10골을 내줬으며, 특히 10골을 넣은 테오파니스 게카스는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의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는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도 경계해야 할 선수다. 그리스는 체력과 제공력이 뛰어나고 역습이 날카롭다. 한국이 제공권을 잘 방어하고 역습을 조심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무승부 작전으로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유력한 우승후보다. 메시는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만큼 개인기와 골 감각이 뛰어나다. 여기에 마라도나의 사위인 세르히오 아게로와 카를로스 테베스, 에스테반 캄비아소,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등 이름만 들어도 중압감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는 이들을 앞세워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 만에 정상 탈환에 나선다.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까지 10회 연속이자 통산 15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전통강호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축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는 두 차례 우승(1978년, 1986년)과 두 차례 준우승(1930년, 1990년)을 차지했다. 피파(FIFA) 랭킹 9위인 아르헨티나는 한국 대표팀과의 역대 맞대결에서도 3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남미 특유의 개인기와 스피드, 여기에 파워와 조직력까지 갖추고 4-4-2 전술을 구사한다. 객관적으로 한국이 상대하기에는 조금 버겁다. 메시를 비롯한 화려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빠른 공격을 펼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비기거나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현실적이다. 원정 16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아르헨티나전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나이지리아 반드시 잡아야통산 네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전통강호다. 그러나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8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 강호의 모습을 되찾겠다며 각오가 남다르다.지역예선에서는 시련을 겪으며 극적으로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2차 예선을 6전 전승으로 통과한 나이지리아는 최종예선에서 케냐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2승 3무로 승점 9점에 머물러 있었다. 모잠비크와 마지막 경기를 앞둔 선두 튀니지(3승 2무, 승점 11점)에 뒤져 자력으로는 본선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가 케냐를 3-2로 꺾고 튀니지가 모잠비크에 0-1로 패하면서 극적으로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피파(FIFA) 랭킹 22위인 나이지리아는 주축 선수들이 주로 유럽에서 뛰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오바페미 마틴스는 한국의 경계대상 1, 2호로 꼽힌다. 여기에 지역예선에서 4골씩을 터뜨린 미드필더 빅토르 오비나와 공격수 이케추쿠 우체도 경계해야 할 주요 선수다.한국은 나이지리와의 역대 맞대결에서 2승 1무로 앞서 있다. 조별리그 첫 상대인 그리스를 이기더라도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반드시 잡아야 16강 진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강춘규 기자 ch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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