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둘레 도는 달 주기 기준으로 만들어져
계절과 날짜 차이 나 윤달 끼워넣어서 조정
“삼촌, 추석 날 뜨는 달은 왜 보름달이야?”“그건… 추석엔 원래 보름달이 뜨는 거야.”
권정혁(35·대전 중구) 씨는 최근 어린 조카가 던졌던 질문을 떠올리면 아직도 민망하단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해주려니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최대 명절로 꼽는 것은 설과 추석이다. 특이한 점은 모두 ‘음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모든 날짜 기준이 양력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추석 등의 명절은 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뿌리 깊은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방증이다.
음력을 기준으로 추석을 정하다보니 날짜는 매년 변한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 달과 계절 변화를 함께 고려한 ‘태음태양력’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달력은 태양의 고도를 기준으로 1년을 나눈 ‘양력’이다.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삼는 양력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만들어 썼다고 알려졌다. 이집트의 양력은 한 달을 30일로 12개월을 보내는 방식이었지만 1년의 실제 길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모순을 해결한 게 ‘율리우스력’이었다. 그러나 율리우스력도 정확하지 않았고,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확정한 ‘그레고리력’이 탄생했다. 이는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역법이 됐다. 그레고리력은 4로 나눠지는 해에 윤달을 넣되 100으로 나눠지는 해엔 평년으로 하고 다시 400으로 나눠질 때는 윤년으로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정확성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고종황제가 개국 504년이던 1895년 11월 17일(음력)을 개국 505년 1월 1일로 음력은 양력과 다르게 지구둘레를 도는 달의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기본단위는 달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의 시간으로 29일의 작은달과 30일의 큰달을 교대로 써서 평균 29.5일을 한 달로 하고 있다. 음력은 29일과 30일로 구성된 12개월을 1년으로 삼았다.
이 음력은 달의 모양새는 정확히 알려주지만 본래 달력의 목적인 계절과 다르게 움직이는 단점이 있다.
음력 1년이 지구 공전주기인 365.24일보다 11일정도 짧았기 때문. 음력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1년에 약 11일이 양력보다 앞서가므로 3년이면 약 한 달, 9년이면 한 계절이 실제와 어긋나게 된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음력에서는 가끔 윤달을 넣어서 계절과 음력의 날짜가 맞도록 하고 있다. 달력은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음력만 갖곤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중국에선 음력에 농경에 필요한 24절기를 넣어 사용했다. 계절 변화를 나타내주는 24절기는 양력을 이용해 정해진 것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력이 바로 태음태양력이다.
한편 최근 일각에서는 매년 달라지는 추석으로 계획적인 경제활동이 저해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추석을 양력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