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선거 판도 초미관심

충청권 운명 좌우할 중대기로

유권자, 지역현안 정책에 잣대

대전-박성효 출마여부 최대변수
충남-안희정 재선성공 여부 화두
세종-여야 내부 경쟁부터 치열

‘선택의 해’가 밝았다.
오는 6월 4일 민선 6기 지방정부를 이끌 동량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 ‘성년의 해’를 이끌어 갈 지방정부의 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방의회는 지난 1991년 구성됐지만 자치단체는 1995년 6월 처음 치러진 단체장 선거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온전한 형태의 지방자치는 올해로 20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지방자치가 성년이 됐다는 것 외에도 민선 6기가 갖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먼저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국정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에 새누리당은 ‘일꾼론’ 또는 ‘안정적 국정운영론’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각각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의 잣대로도 여겨져 정치권은 사활을 걸고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에서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세종시장 등 광역단체장 선거인데 민선 6기는 단순히 지자체 수장을 가리는 차원을 넘어 그간의 지방자치를 결산하고 새로운 대전과 충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다.

◆복잡해진 대전시장 선거
염홍철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는 초선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대덕구)의 출마 여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의원은 현재까지 출마에 대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박 의원이 출격하게 될 경우 새누리당 후보 경선은 박 의원의 인지도를 추월하기 위한 다른 후보들의 추격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등 야권의 현역의원이 대전시장 선거에 출격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박 의원이 대전시장에 당선된다면 4년 전 염 시장에게 패하며 내줬던 시장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대전은 지난 16년간 ‘염-박-염-박’ 시대를 반복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반면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박 의원이 불출마한다면 새로운 인물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재선 여부가 화두
충남도정 사상 첫 진보정당 도백인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내년 지방선거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성공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안 지사의 경우 대과없이 도정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큰 변수가 없다면 재선 가도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누리당 지지세가 만만치 않아 양자 대결로 갈 경우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충남은 한 번 신임한 인사는 끝까지 믿어주는 경향이 짙다. 민선 1기부터 3기까지는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지휘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민선 4기를 맡았던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저지를 위해 지사직을 내던졌다는 점으로 인해 재선 도전의 꿈을 접은 특별한 경우다. 이에 안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심 전 지사에 이어 연속 도백 자리를 맡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충남지사 선거도 대전시장 선거와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안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충남의 수장은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새누리당이 안 지사에 맞춰 어떤 인사를 후보로 낼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2년 만의 리턴매치, 세종시장 선거
지난 2012년 7월 국가균형발전의 획기적 구심점이 될 세종특별자치시가 역사적인 출범을 했고, 같은 해 4월 제19대 총선과 함께 초대 세종시장 선거가 치러졌다. 이에 따라 세종시장 선거는 2년 만의 ‘리턴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종시장의 첫 수장을 뽑은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됐다.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었던 유한식 현 시장과 함께 새누리당 최민호 전 행정도시건설청장, 민주당 이춘희 전 행정도시건설청장이 나섰고, 6·4지방선거에서도 이들은 재대결 양상을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현재로선 여야의 대결보다 ‘한 지붕 두 가족’ 신세인 새누리당 유한식 현 시장과 최민호 전 청장 간의 공천을 둘러싼 뜨거운 신경전이 부각되고 있다. 벌써부터 공천 탈락자는 무소속 또는 타 정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도 경선 싸움이 치열해질 수 있다. 현재는 이춘희 세종시당위원장이 독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준섭 전 연기군수 등과 당내 예선전이 펼쳐질 수 있다.

안철수 신당도 변수다. 경선에서 탈락한 인물이 신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팽팽한 3자 구도가 예상돼 예측이 쉽지 않다.

◆지역정당이 없는 최초의 지방선거
이번 선거는 지역기반 정당이 없이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충청권 지역정당간 3파전으로 진행됐던 지방선거가 이번에는 새누리당 대 민주당 양자 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치세력화 작업에 착수한 안철수 신당 등 3개 정치세력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양상은 과거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이 “우리가 남이가”를 기치로 적잖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할 때 정치 지형 자체가 변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충·호 시대 활짝, 충청권 정치적 위상 UP
충청권은 민선 6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충청권 주민등록상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넘어서면서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넘어선 것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면에서는 작은 변화지만 의미심장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권역별 인구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이어 충청권이 3번째 반열에 올라섰다.

호남권은 인구가 정체 상태인데 반해 충청권은 최근 매달 3000여 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 이 상태라면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17년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31만 명가량 더 많아져 승패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어김없이 승패를 가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늘어나는 유권자 수를 고려, 향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충청권 인사들의 역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충청권 표심의 결정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영·호남의 중간지대로 치부됐던 충청이 제 입지를 찾는 영·충·호의 시대의 개막이 기대된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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