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에겐 모두 필요한 심장심장병이 걸린 RH- AB형의 8살짜리 예은이를 둔 유치원 원장 연희(김윤진)는 딸의 심장이 언제 멈출지 조마조마하다. 기증알선자를 통해 심장을 살까하는 생각도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연희.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 RH- AB형에 코마상태라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 환자가 실려 온다. 빠르면 2주 안에 뇌사로 진행될 수 있지만 연희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 한편 렌트카로 불법택시운전이나 하는 휘도(박해일)는 엄마에게 손을 벌려 돈이나 뜯어내는 생양아치다. 사람을 패고 경찰서에서 엄마 소식을 듣는 휘도. 그녀가 살던 주소를 따라가니 현재 새남편이라고 있는 작자가 그동안 매일 때리고, 엄마 돈이나 빼먹으려고 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휘도는 엄마를 태우고 호송하던 응급차를 납치하고, 연희는 애타게 찾던 마지막 희망을 찾아 휘도를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는 휘도 어머니가 있는 병원을 알아내고 기증알선자들과 함께 빼돌리려고 마음먹고, 같은 시각 예은이의 병원에 있던 휘도도 연희의 억지 통보에 예은이를 납치해 도망간다.◆사람 목숨 갖고 장난치는 영화할리우드 스릴러를 보면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영화들이 많다. 생명의 존엄성은 나몰라라 팽개쳐 둔 채 ‘절대 죽음’이 등장해 목숨을 빼앗는가 하면, 상대가 누구든 아무런 이유없이 목숨을 취하는 잔인한 살인마도 여럿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서상 이런 영화는 관객에게 잘 통하지도 않고, 쉽게 몰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늘 존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엔 이 잣대를 좀 더 높이 세운다. 같은 피부색, 같은 말을 쓰는 사람까지 스릴러의 구렁텅이에 빠져 목숨을 담보로 거래하는 걸 보면 더 찝찝하기 때문일까?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를 표한 ‘심장이 뛴다’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추격자’같은 스릴러라면 인간 이하의 행동을 봐도 현실에 싸이코패스, 또라이(?)가 매번 뉴스에 나오니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드라마에서까지 사람을, 그것도 위독한 환자를 데리고 폭주하거나 물건처럼 함부로 다루는 것은 일반인 기준으로 봤을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아무리 영화라 할지라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한 행동은 주인공 중 누구 하나에게라도 공감대 형성을 막는 엄청난 장애물이 분명하다.◆휴먼 아닌 막장드라마‘심장이 뛴다’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막장의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특히 누가 더하나 보자는 식의 납치 장면은 경악할 지경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상대를 협박하다니! 이게 과연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혀 소름이 돋으려 한다. 또한 영화 시작 후 105분경, 연희가 휘도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확실히 도를 넘어섰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다. 딸의 목숨에 눈 먼 나머지, 머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신들리게 사람을 때린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연희를 협박한 휘도 또한 크게 잘못했지만 거기서 그런 무자비한 구타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요까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하다. 감정의 기복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세게 나간 ‘심장이 뛴다’는 심장 뛰는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멸한 격이다. 아마 ‘심장이 뛴다’를 감동 가득한 휴먼드라마로 생각하고 온 사람에게는 새해부터 이 무슨 청천벽력 막장드라마인가 놀랄 것이다. 딸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는 핑계를 대기엔 너무 끝까지 달렸다.◆눈물샘 건드리는 영화심장이 뛰기는 커녕 얼이 나가 내 심장에 펌프질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폭주는 마지막에서 멈춘다. 다행히 마무리 봉합은 안정적이다. 미리 복선을 던져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탁하고 냄새나는 드라마를 다소 정화시킨 주인공의 일품 눈물 연기와 함께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야기 전체로는 감동이 없지만 부분적으로 딸을 위해 기도하는 연희나 눈물을 머금고 엄마의 결정을 순순히 따르는 휘도의 모습은 부분 몰입만으로도 눈물을 쏟게 하는 효과를 본 셈이다. 그만큼 윤재근 감독이 사람의 감정선 위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막장+심장=막심한 후회(?) 영화 리뷰를 쓸 때 관람 전 제목을 미리 짓기도 한다. 영화가 재밌거나 재미없다는 가정 하에 각각 후보를 올린다. ‘심장이 뛴다’같은 경우 폭풍감동이 밀려올 것을 대비해 원제인 ‘대결’을 이용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대결’이라고 가제목을 지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목을 갖다 붙이기에는 영화가 많이 부족하다. 그냥 ‘그들만 슬펐던 쌈박질’이란 제목이 더 어울리겠다. 그나마 배우들의 호연으로 눈물 코드를 잘 살렸다는 점이 천만다행이다. 다른 배우였다면 ‘슬프지도 않은 쌈박질’이 될 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세븐 데이즈’(2007), ‘하모니’(2009)에 이어 이 영화까지 세 편의 영화로 김윤진은 자식 구하는 엄마 역할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고, 박해일은 최근 작품에서 연일 당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다지고 또 다지는 중이다. ‘심장이 뛴다’를 통해 배우들의 힘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극을 뒤에서 받쳐주며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보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으면 한다.네이버 파워블로거 ‘재현랄프’ blog.naver.com/lalf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