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해서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책 내용은 너무 단순하다. 아펜젤러라는 미국 선교사가 구한말 조선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왔으며 그들이 쉽게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로 번역하기 위해 노력했고 배재학당을 세워 그가 믿는 종교가 바라고 있는 그런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다 주님의 곁으로 가신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아펜젤러 선교사에 대한 엄청난 믿음이 생겼다. 아펜젤러가 가진 에너지와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에 들어온 많은 선교사 중 그 만큼 많은 활동과 업적을 남긴 선교사는 드물다. 본인이 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동행했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주님의 곁으로 간 그의 모습이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펜젤러를 존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교육이념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130년 전에 이미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첫째 그는 자조적인 이념을 부각해 조선인을 스스로 돕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만들려고 교육했다. 둘째 사회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섬기며 봉사하는 자세를 갖도록 교육했다는 점이다. 셋째 봉건적인 사회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이 아닌 개혁적인 교양인의 ‘근대적인 시민’과 ‘지도자’로 학생들을 양성하는 데에 뜻을 뒀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통을 충실하게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서구의 개화된 문명을 수용토록 했다. 이는 그가 단순히 남의 나라에 선교를 하기 위해서만 온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나라를 생각하고 우리 백성들을 깊게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소설 아펜젤러’를 읽고 나서 ‘아! 이런 사람이 직접 지은 학교에 입학해 그의 교육이념을 따르며 공부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뭔가 기분이 묘해 지기도 했다.
아펜젤러 선교사에 대해서 알기 전에는 막연하게 다른 대학 친구들이 유명한 졸업생이 누구냐고 물으면 ‘서재필, 김소월, 이승만, 주시경 그리고 몇몇 아이돌 가수’ 라고만 설명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펜젤러, 너희 아펜젤러 목사님이 누군지 아니?’ 라고 말을 시작하고 그의 인생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자신이 생겼다. 그 동안 학교 앞에 세워진 아펜젤러 동상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고 왜 굳이 건물이름을 아펜젤러관이라고 붙였는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소설을 통해 그의 일생을 알게 되어 정말 소중하고 학교에 대한 뿌듯한 마음도 생겼다.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배재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이름에 먹칠 하지 않는 학생이 되기 위해서 그를 닮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