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물리학과 양찬호 교수 연구팀은 태양광 소자 물질의 내부구조가 휘어지면 광전기(光電氣) 효과가 증폭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광전기 효과는 빛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으로 이를 이용하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기를 만들 수 있어 안정적이고 저렴한 동시에 효율이 높은 광전기 효과를 발생시키는 물질·구조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 태양광 소자는 다른 물질을 붙이거나 P형-N형 반도체를 접합하는 등 두 개 이상의 물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광전기 효과를 일으킨다.

연구팀은 기존과 달리 단일 물질에서도 휘어지는 변형이 발생했을 때 마치 두 물질의 경계면에서 광전기 효과가 일어난 것과 흡사한 현상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단일 물질의 휘어짐을 이용하면 P형-N형 반도체 접합에서만 가능했던 전기장을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셈이다.

물질의 일반적인 휘어짐으로 얻을 수 있는 광전기 효과는 크지 않아 실용성이 없지만 연구팀은 나노미터(㎚, 1억분의 1m) 크기의 구조까지 관찰해 물질이 자발적으로 매우 크게 휘는 구간을 찾아냈다. 또 수십 ㎚의 곡률(曲律)로 크게 휘어진 영역에선 정상 구조의 물질보다 광전기 효과가 100배 증폭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물질이 휘어질 때 발생하는 전기장 때문에 광전기 효과가 증폭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질이 빛을 받으면 원자에 묶여있던 전자가 잠깐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정상 구조에선 원자에 다시 속박된다. 하지만 물질이 휘어지는 구간에선 전기장이 유의미한 강도로 세게 발생하기 때문에 전자가 원자의 속박을 벗어나 외부로 빠져나와 전류가 흐를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물질 표면의 전기기계적 성질을 10㎚의 해상도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장 분포를 유추할 수 있어 다양한 나노스케일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 교수는 “나노미터 규모의 미시적 구조에선 물질이 크게 휘어진 상태가 흔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작은 나노소자 연구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과학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8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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