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WCA 시민학교 한글교실…저학력 어르신에 기초교육 제공

‘공부를 시작하니 내 마음도 사과처럼 풍성하다. 늦게 시작한 공부지만 끈기로 배우겠다.’
지난해 대전YWCA ‘시민학교 한글교실’에 입학한 김 모 할머니는 연필을 손에 꼭 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상기된 표정으로 한글을 터득한 기쁨을 이처럼 표현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 문해(文解)의 감격을 누리며 공부 재미에 푹 빠진 김 할머니는 어린 시절 ‘여자는 안 배워도 된다’라는 고지식한 부모 밑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고, 일찍 시집을 가는 바람에 미처 한글을 깨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왔다.
배움에 한(恨)이 맺힌 할머니는 자식들에게도 자신이 한글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지만 “늦게라도 배워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지역 비문해인(非文解人)들을 위해 개설된 한글교실의 문을 두드려 올해 2년째 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김 할머니와 함께 한글교실에 입학한 한 모 할머니는 ‘믿음직한 아들, 사랑스러운 며느리, 예쁜 손주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다…’라는 글을 삐뚤빼뚤 써내려가며 깊은 자식 사랑을 드러냈다.
대전YWCA(회장 오순숙)는 올해도 시민학교 한글교실을 개설, 오는 3월 초까지 교육생(선착순 30~40명)을 모집한다. 이런저런 가정 사정, 열악한 성장과정 속에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실은 연말까지 주 2회 오전·오후로 나눠 수업(1회 2시간)이 진행될 예정이다.
2016년도 대전시 여성단체보조금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한글교실은 1~6단계, 심화반, 특별반으로 운영되고, 한글과 함께 기초한자·기초산수·기초영어 등을 교육하며 초등 6년과 중학 3년을 합쳐 최장 9년 과정(국어 중심)을 이수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만학(晩學)을 돕고 위해 현재 동년배의 퇴직 교사 8명이 자원봉사에 나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문의 042-254-3035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