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갈마동 모두사랑장애인 야학…초·중·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6명 졸업

“흙수저를 갖고 태어나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희망과 용기를 가집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3주년인 지난 25일 밤, 대전 서구 갈마동에선 의미있는 졸업식이 열렸다.
옛 서구청 부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가 제15회 졸업식을 개최, 6명의 빛나는 졸업생을 배출한 것이다. 초졸 검정고시 합격자인 문윤희(60·여) 씨, 중졸 검정고시 합격자인 김순영(48·여), 안점분(59·여) 씨,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인 김재년(43), 전정의(58·여), 유호진(52·여) 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로, 적지 않은 나이에 만학(晩學)의 꿈을 이룬 것이다.
신체적 장애는 결코 그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김순영·안점분 씨는 각각 1급 지체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인연으로 만나 함께 야학을 다니며 나란히 중졸 학력을 취득했다.
고교 과정으로 학업을 이어갈 안 씨는 “배우는 과정은 힘들지만 무엇인가를 알아간다는 것이 기쁘고, 꿈이 실현되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이를 먹어도 ‘공부는 하면 된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용균 교장은 “모든 것이 마음과 정신에 달려 있다. 가슴과 머리는 3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데, 강한 의지로 이 거리를 극복해 자신을 이겨내면 여러분은 승리자가 될 수 있다”라고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행사장을 찾은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몸의 병은 불편할 뿐이지 나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가 아니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 구제불능의 장애인이다. 학력보다 중요한 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졸업식에선 재학생들에게 개근상·학업우수상·봉사상·장학금이, 10년 이상 나눔을 실천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공로패가 각각 수여됐다.
2001년 개교한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그간 101명의 졸업생, 97명의 검정고시 합격생, 16명의 대학 입학생을 탄생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0월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평생교육법에 의거해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등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배움터를 갖지 못한 채 오는 6월 이후 현 교사(校舍)의 계속 사용 여부에 관해 대전시교육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상황으로, 자구 노력과 함께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