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감량경영에 임금은 동결됐지만 가정의 달을 맞아 보너스를 두툼하게 챙겨주는 회사도 있어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대전의 한 중소기업 사장은 노동절을 맞아 직원들에게 각 20만 원의 상여금을 일괄 지급했다. 5월은 챙겨야할 기념일이 많은 때인만큼 추석이나 설 못지않게 돈 들어갈 일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업체 근로자 김 모(40) 씨는 “이번 달을 무사히 넘기려면 월급의 절반을 써도 모자랄 판이었는데 상여금을 받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며 “어린이 날엔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모처럼 고향 부모님도 찾아 뵙고 용돈을 드릴 계획”이라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반면 별도의 상여금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무거운 마음을 토로했다. 대덕연구단지 한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박 모(38) 씨는 “장난감을 사주려는데 웬만한 건 5만 원이 넘고 외식을 하려해도 4인 가족 한 끼 식사에 10만 원 이상이 소요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어버이 날에도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용돈으로 정성을 표시하고 싶었지만 올해는 값싼 선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원 이 모(30) 씨는 작년까지 울산에 사는 부모님을 찾아가 20만 원의 용돈을 드렸지만, 올해는 속옷 몇 벌과 전화로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끝낼 계획이다. 이 씨는 백화점에서 직원에게 나눠주는 과자세트로 어린이날 선물도 대신할 예정이다.문화예술단체에 근무하는 최 모(42) 국장도 고민에 빠졌다. 5월은 결혼의 계절이어선지 벌써 2쌍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체면상 모르는 체 할 수도 없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부조금으로 얼마를 넣어야 할 지 걱정하고 있다.최 국장은 “이곳저곳 돈 들어갈 일이 많은 5월이 고통스럽다”며 “지출이 많은 5월엔 적은 금액이라도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피력했다.권도연 기자 saumone@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