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뛰어넘으며 꿈을 든다

대전 중구 문화동에 위치한 대전학생교육문화원 학생체육관 1층에 자리 잡은 역도장에는 은은한 최신가요 선율과 함께 기합소리가 울린다.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에서는 다소 앳된 모습의 여자 선수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짧은 기합 한번에 80㎏이 넘는 바벨을 들어올린다.눈 깜짝할 사이 머리위로 올라간 역기는 무중력상태에 빠진 듯 공중에 떠 있다 바닥으로 내려앉는다.몸무게가 85㎏인 기자는 그 모습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대전시체육회 여자 역도선수단은 염대중(36) 감독과 이진영(23), 이수민(21), 이지수(21), 문지숙(21) 선수 이렇게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다.각기 다른 체급을 지닌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듯 바벨을 들어 올리며 기합을 넣었다.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김성집의 동메달로 출발한 한국역도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병관이 금메달을 따면서 절정에 이르렀으나 이후 1개의 메달도 추가하지 못하고 침체의 길을 걸었다.2004년 아테네에서 남자 69㎏급의 이배영과 함께 은메달로 불을 지핀 장미란이 4년 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역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그 후 역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역도를 하고 싶어 하는 선수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운동을 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예전에는 하고 싶어도 부모의 반대가 다반사였단다.이유는 역도를 하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염 감독은 “역도는 수직운동으로 관절을 자극시켜 키를 더 자라게 한다”고 말했다.역도는 크게 두 가지 인상(Snatch)과 용상(Clean and Jerk)으로 나뉜다.인상은 바벨을 잡고 다리를 벌리거나 구부리면서 한 번의 동작으로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양팔이 쭉 펴지도록 들어 올리는 종목으로 몸의 밸런스가 승패를 좌우한다.용상은 클린과 저크 2단계 동작을 통해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제 1동작인 클린은 바벨을 잡고 다리를 벌리거나 구부리면서 한 번의 동작으로 바닥에서 어깨까지 끌어올린다.제 2동작인 저크는 양다리를 구부리며 바벨을 수직으로 뻗어 완전히 편 상태까지 가져온 뒤 양팔뿐만 아니라 양다리를 다시 펴야한다.역도는 근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성공률의 70% 이상은 기술이 차지한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그래서 선수들은 스스로 역학(力學)을 공부하며 실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선수단은 오는 6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선발전과 10월 열릴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맹 연습중이다.송진가루에 범벅이 된 손바닥에 굵게 잡혀 있던 물집이 터지고 피부가 쓸려나가는 일도 다반사지만 선수들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짓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염 감독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운동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역도를 통해 인내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를 배웠다는 그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그들이 머지않아 세계를 들어 올릴 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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