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인가 시간만 나면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양 손바닥도 아닌 유독 왼쪽 손바닥을. 심심하다 싶으면 손바닥을 쫙 펴 손톱도 보고 이리저리 그어진 손금도 보고 손바닥 군데군데 생긴 굳은살들도 살펴본다. 하지만 내가 유독 눈여겨보는 것은 손목과 엄지손가락 사이의 공간. 왼쪽 손바닥의 왼쪽 아래 끝에 나있는 길. 바로 핏줄들이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자리. 포도 줄기를 연상시키고 또한 언젠가 생물시간에 배웠던 폐포 주머니 가지과 비슷하다. 푸르스름한 핏줄이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손가락, 손톱이 연결돼 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는 핏줄들은 내 손바닥, 손등, 온몸에 퍼져 있다. 그 줄기들을 따라 맑고 붉은 피가 흐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심장이 뛰고, 그 순간에도 맑은 피는 내 몸 구석구석을 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손바닥의 푸르스름한 핏줄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문득 생활하는 것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할 만큼 의욕이 없을 때면 난 손바닥을 펴 본다. 손바닥을 보면 푸르스름한 핏줄들로 인해 다시 힘을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 존재가 작게 느껴지고 힘겨울 때 손바닥을 펴 보자. 그 곳에는 푸르스름하면서도 붉고 맑은 피가 끊임없이 샘솟고 있다. 이윤주 30·대전 유성구 장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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