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0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은 파격적인 소식을 알렸다.
1987년생의 어린 지도자, 율리안 나겔스만(29)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어린 감독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현지 언론은 호펜하임의 결정에 조롱 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에선 "무모한 결정"이라고 표현했고, 몇몇 매체는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보도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나이뿐만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이력도 초라했다. 그는 20세 때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의 꿈을 접었다. 지도자로 전향해서도 이렇다 할 경험을 쌓지 못했다. 19세 이하 호펜하임 유스팀을 맡은 게 그나마 눈에 띄는 경력이었다.
호펜하임의 알렉산더 로젠 이사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용감한 도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매우 유능한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 그 능력을 내부적으로 검증했다"라고 말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호펜하임을 뜯어고쳤다. 유스 팀에서 눈여겨보던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했고, 선수들의 팀워크에 초점을 맞추며 팀을 만들었다.
케렘 데미르바이(23), 루카스 루프(25) 등 여러 팀을 떠돌던 젊은 선수들을 영입해 주전 선수로 기용했다. 새로 합류한 산드로 와그너(28)는 올 시즌 7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펄펄 날아다니고 있다.
대신 본인의 철학과 맞지 않은 선수들은 전력에서 배제했다. 2년 연속 코파 아메리카 득점왕을 차지한 칠레 대표팀 공격수 에두아르도 바르가스(27)가 벤치 신세를 질정도다.
나겔스만 감독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는 팀을 일순간에 바꿔버렸다.
지난 시즌 하위권을 맴돌던 호펜하임은 올 시즌 5승 5무 승점 20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패배를 기록하지 않은 팀은 분데스리가에서 단 세 팀이다.
현지 언론은 나겔스만 감독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언론 BBC는 "나겔스만 감독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라커룸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선수단을 이끈다"라고 설명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감독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교감"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은 감독 능력의 30% 정도만 차지한다. 선수들과 교감 능력이 감독 능력의 70%를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나겔스만 감독을 선임한 호펜하임 구단의 과감한 결단력과 철학에 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호펜하임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6부리그에 속한 팀이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업계 디트마르 호프의 지원으로 차근차근 높은 무대로 뛰어올랐다.
구단은 성장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선수 영입에 과한 출혈을 하지 않았고, 그 대신 검증된 지도자를 선임해 팀에 맞는 체질 개선을 유도했다.
호펜하임은 지난 시즌 초반 1승3무6패로 부진하자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을 경질하고 후프 슈테벤스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1승5무4패를 추가하며 강등권에 처하자 역사상 가장 나이 어린 나겔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최악의 위기에서 내린 용단은 현재까지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
편집부
편집부
jhc@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