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대전 복합터미널 헌혈의 집을 찾은 한 대학생이 헌혈을 하고 있다.

 

겨울 한파 자리에 ‘헌혈 한파’가 찾아드는 모양새다. 겨울 들어 헌혈자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 내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긴 방학과 연말부터 독감이 유행, 헌혈의 집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수급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생명나눔 헌혈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 효과가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충남지역 혈액수급 ‘빨간불’

대전·세종·충남혈액원에 따르면 19일 현재 지역 혈액보유량은 A형 3.5일분, B형 5.1일분, O형 2.0일분, AB형 6.6일분이다. 혈액은 5일치 정도는 보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전체 평균 3.9일분에 머물러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 내 혈액 수급 문제는 최근 3년간 헌혈자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14년 23만 2017명이던 헌혈자 수는 2015년 25만 1975명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3만 6491명으로 1만 5484명 줄었다. 2014년 전국 헌혈인구는 3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헌혈자 수는 급감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헌혈인구의 대부분이 특정계층에 몰려있다는 것도 문제다. 헌혈 통계상 우리나라는 고등학생, 대학생 등 학생헌혈이 전체 헌혈량의 57%에 달하는 반면 40대 중·장년층의 헌혈률은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헌혈이 청소년층에 편중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건강한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헌혈 동참이 있어야만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명달 헌혈지원팀 과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독감이 유행하면서 헌혈자가 대폭 감소했다”며 “강추위, 폭설 등 계절적 요인에다 연초다보니 직장에서도 인사이동, 업무보고 준비 등으로 단체헌혈도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릴레이 헌혈에 동참해주세요”

겨울철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혈액원은 최근 생명나눔 헌혈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은 저 출산에 따른 젊은층 감소, 수혈 노인층이 증가함에 따라 혈액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지난달 대한적십자사 전 직원들을 시작으로 전개돼 현재는 시민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대전복합터미널 헌혈의 집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학군사관 훈련 후 바로 헌혈을 하러 왔다는 천혁진(23·동구 용전동) 씨는 “헌혈 릴레이에 동참하게 돼 뿌듯하다”며 “헌혈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저도 앞으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권유하겠다”고 약속했다.

혈액원 관계자는 “우리 사회엔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로 수혈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며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헌혈은 고귀한 생명적 봉사인 만큼 시민들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이준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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