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대선을 향한 시곗바늘이 초고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내세울 것 없는 한 중년 여인에 의해 국가가 놀아난 사건에 대한 놀라움과 실망에 혀를 내두르던 국민은 이제 시선을 대선으로 돌리고 있다. 방송뉴스의 시간 편성, 신문의 지면 구성을 살펴보면 국민적 관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장삼이사 국민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면 역시 국민적 관심의 향방을 살펴볼 수 있다. 매번 대선을 치르는 해에는 예외 없이 국민적 관심이 대선으로 향했지만 올해는 특히나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 하루속히 유능하고 존경받는 대통령을 맞이해 새 출발을 서두르고 싶다는 갈망이 대선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맞춰 대선을 향해 달리는 주자들의 발걸음도 무척이나 분주해지고 있다. 오랜 기간 대선 후보로 꾸준히 지목받던 인물들도 있지만 짧은 기간에 인기가 급상승해 단숨에 주요 후보군으로 부상한 인물도 있다.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인물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행군을 포기한 낙오자도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워낙 큰 실망감을 안겨줘서인지 보수진영은 무척 힘든 대선레이스를 펼쳐갈 모양새이다. 반대로 진보진영은 ‘기회는 이때다’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인지 꾸준히 거론되던 인물 외에 다수가 대선 주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누구도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혼전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지지율은 조사 시점의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 절대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지율 곡선의 상승과 하락을 지켜보면서 후보들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수차례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다수의 국민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와 말솜씨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쩌면 가장 확실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는 과격하지 않은 조신한 언어를 구사했고, 약간은 촌스러우면서 순박한 이미지로 국민적 환심을 샀다. 더구나 지구상의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절대가난에서 탈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아버지 이미지까지 후광으로 안고 있었다.

그는 당 대표를 맡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직함을 갖고 국가나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해본 적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아본 일도 없고 정부부처의 장관직을 수행해 본 적도 없다. 그저 당 대표를 맡았던 것이 전부이다. 다수의 국민은 그가 당 대표를 맡아 위기에 빠진 당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으로 착각했다. 선거판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미지를 앞세워 자당의 후보들을 도와준 적은 있지만 제도권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실적은 전무하다. 국정을 맡아 자신이 구상한 대로 일을 하고, 성과를 올린 경험은 없다.

국민은 방송과 신문 등 대중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이미지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냉철한 실적 검증 없이 그를 대선 후보로 세웠고 급기야는 대통령이란 자리까지 만들어주었다. 아무런 국정 경험이 없는 그에게 대통령이란 어마어마한 자리를 맡긴 것이다. 그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실적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검증 없이 그저 이미지만으로 그를 선택했다. 그 대가는 이렇게 혹독하다.

지금 대선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저마다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성과를 얻었고, 그 조직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정확하게 진단해 보아야 한다. 지금껏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하면서 어떤 실적을 발휘하고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보면 그가 큰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다. 화려한 말솜씨와 외모에 현혹돼 이미지로 인물을 평가하고 그것을 표심으로 연결시켜 또 실적 검증 없이 이미지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우리의 불행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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