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 21개월을 국토방위를 위해 헌납하는 대한민국의 남성 젊은이들. 자격증에 도전하면 몇 종류의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한 동안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신성한 의무라고 듣기 좋게 말은 하지만 실제 병역에 임하는 본인으로서는 아깝기 그지없는 세월이다.

꽃다운 나이 20대 초반을 국가에 헌납한 젊은이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보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2017년 기준 병사들의 봉급은 이등병 16만 3600원, 일병 17만 7000원, 상병 19만 5700원, 병장 21만 6800원이다. 과거 이들의 아버지 세대가 1만 원 안팎의 봉급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지만 청춘을 바치는 대가라기에는 너무 소략하다.

매번 대선 때면 병사들의 봉급을 현실화 시키겠다는 공약이 단골로 등장하지만 실천은 아득하기만 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병사 봉급 인상과 관련한 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모든 후보가 현재의 봉급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한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무리한 인상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의 50% 수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0% 수준으로 인상을 공약으로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만 원 일괄 인상을 공약했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액 대비 15% 수준인 병사 월급을 40% 수준까지 인상하려면 연평균 2조 733억 원이 소요된다. 최저임금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7조 4193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군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인인 병사들은 적정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 외박이나 휴가를 나가서도 돈을 쓰게 되고 영내 생활을 하면서도 소소한 용돈을 써야 할 상황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병들은 군 복무를 하면서도 부모나 친지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나라에 몸을 맡겨둔 상태에서도 부모의 도움을 받는 구조는 분명 부당하다.

재원은 한정돼 있으나 사용처는 많아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세금이 불필요한 곳에 허투루 쓰이는 것을 국민들이 목격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이러한 지출만 줄여도 사병들의 봉급 현실화는 속히 실현될 수 있다. 차일피일 그만하고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는 언제까지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최저임금이란 제도를 만들어놓고 국가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야 말이 되는 것인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려면 그들이 누릴 권리부터 찾아주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병들의 봉급 현실화는 국가 최우선의 과제 중 하나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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