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의 기대

보수정권에 지친 유권자들이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추운 겨울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로 일어나 광화문 광장을 촛불로 밝힌 국민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어진 사상 초유의 장미대선에서 ‘적폐 청산, 나라다운 나라’를 전면에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낙점했다. 이제 남은 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이게 나라다’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5월 10일 온라인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와 기대를 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적폐청산…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탓인지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적폐 청산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선거운동 기간 중 “상식이 제대로 작동하는 공정한 사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위해선 적폐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누리꾼들은 “사법기관 개혁, 정치 개혁해서 대한민국이 모두가 평등한 나라임을 보여달라”, “이명박·박근혜 9년의 적폐를 이번에 과감히 청산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며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민이 희망 갖고 살 수 있게

누리꾼들이 문 대통령에 바라는 것 중 주요 키워드 하나는 경제 회복이다.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고질적인 취업난, 소비 위축과 맞물린 내수 경제 위축,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등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없는 우리 경제에 지친 서민들의 간절한 외침이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다. 부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해 줬으면 좋겠다”, “일하고 싶은 국민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나라, 계약직·일용직·비정규직 차별 없는 나라를 꼭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물가는 오르는데 급여인상률이 너무 작다. 최저시급을 올려줬으면 좋겠다”, “근로자들은 하루 엄청난 작업 시간이 드는 데도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다. 근로시간 단축 공약만큼은 꼭 지키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강대국에도 할 말은 하는 나라

문 대통령은 미·일·중·러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외교적 갈등,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 등 동아시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취임했다. 많은 누리꾼은 취임부터 수많은 난제에 부딪힌 문 대통령이 슬기롭게 대처해나가길 기원했다. “사드 문제부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열강 사이에 껴서 외교 약소국 이미지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협상대상이 아니다. 끝까지 사과 받고 피해 입은 할머님께 진실 된 마음을 보일 수 있도록 해달라”며 현명한 외교적 해결을 주문했다. 벼랑 끝에 몰린 남북관계에 대해선 개선을 희망하는 누리꾼도 많았지만 사드배치, 북한 핵 도발 등 한반도 안보 위기가 지속되는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섣부르게 대북 유화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확장, 햇볕정책을 하더라도 북한이 나쁜 짓을 하면 강력하게 응징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며 화해 분위기로의 섣부른 전환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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