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

‘나를 눈부시게 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백일몽이 최고인 애니메이션’, ‘감성적으로 만족스럽게 만들어진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최근작 ‘너의 이름은’에 쏟아진 세계언론의 찬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서정성이 담긴 이 판타지 로맨스 영화는 지난해 8월 일본 개봉후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 190만명, 흥행수입 200억 엔을 돌파, 2016년 일본 역대 일본영화 흥행수입 4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수입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개봉 첫 날인 지난 1월 4일 13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 포진한 ‘마스터’를 2위로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정식수입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일본영화 역대 흥행 1위, 2번째 300만 돌파(1위는 301만을 동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라는 흥행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주엔 실사보다 정교하고 판타지보다 신비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 1인 제작시스템으로 완성한 집념의 데뷔작

1.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2000)

혼자 사는 여성이 주운 고양이의 관점에서 그녀의 일상을 모노톤으로 묘사한 4분 46초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제작한 첫 작품이다. 마코토 감독이 게임 제작사인 일본 팔콤에 근무하면서 1999년 직접(거의 혼자서) 제작해 2000년에 공개했다. 작품 여성의 목소리와 음악을 제외하곤 모든 파트를 직접 제작했으며, 고양이 성우도 본인이 직접 담당했다.

제12회 CG애니메이션 콘테스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나, 여기 있어요”

2. 별의 목소리(2002)

문자 메시지를 모티브로 지상에 남겨진 소년과 우주로 떠난 소녀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 3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는 여기서도 여주인공 목소리와 음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로 제작했다고 한다. 정밀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해 신카이 마코토 스타일의 초석을 구축한 감독의 초기 대표작이다.

 

# 만남과 헤어짐, 잊지못한 약속의 기억

3.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04년 최초로 제작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2차세계대전 이후, 두 개의 권력으로 나뉘어 통치되고 있는 가상의 일본을 무대로 3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두 소년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서정적인 영상미, 독창적인 스토리로 10대의 아련한 첫사랑을 판타지에 실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치고 제5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했다.

 

# 초속 5㎝, 상실을 극복하는 속도

4. 초속 5㎝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7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서로 다른 지역의 중학교로 진학하게 된 두 주인공 타카키와 아카리의 재회와 이별의 날을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린 ‘벚꽃이야기’, 지방으로 전학간 고등학생 다카키와 그를 동경하는 카나에의 엇갈리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우주비행사’,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른 타카키와 아카리의 정신적 방황과 마음 속에 담긴 비밀을 그린 ‘초속 5㎝’ 세 개의 연작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 아련한 감정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따뜻한 정서와 계절의 아름다움에, 그리고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의 아름다움을 뛰어난 화면 구도와 치밀한 배경에 담아내며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연출 스타일이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참고로 초속 5㎝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한다.

 

# 소년, 여인, 그들을 이어주는 ‘비’

5. 언어의 정원(2013)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오전 학교 수업을 빼먹고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를 스케치하러 간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과 정원에서 만나게 되는데, 연상인 그녀는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듯 하다. 나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상치 못한 우연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정원에서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비록 이름도 나이도 알지 못하지만 걷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를 위해 다카오는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갈 무렵 그들 사이에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 듯한데….

두 주인공의 사랑의 발로, 진행, 헤어짐의 과정을 장마에서 여름으로 전개되는 계절의 흐름, 깊이 있는 하늘과 바람의 방향, 그에 따른 대기의 청량함에 실어 유려하게 담아냈다.

영화관에서 보기에 망설여질 정도로 짧은 46분이라는 러닝타임과는 별개로 영상미 쪽에서는 부정적인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부 팬들은 작화팀의 안위가 걱정된다고도 했을 정도. 스토리는 담백한 편이며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감성적이고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손꼽이기도 한다.

46분에 담겨진 내용 이외의 것들이 궁금하다면 소설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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