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에서 비운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43)씨를 집중 조명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바이올린 소녀와 만남이 재조명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송된 '인간극장'에서는 유진박과 '당찬소녀' 유에스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015년 3월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바이올린 선율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소녀가 있었다!

바로 당찬 소녀 유에스더(14) 양이 그 주인공으로 에스더는 음악을 두세 번만 들어도 따라 하고, 음악에서 색깔이 보인다는 조금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녀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레슨도 제대로 받지 못해, 매일 네다섯 시간씩 동영상을 보며 독학을 하고 있다.

아빠 유광모(49) 씨는 목회의 길을 포기하고 용달화물 일에 뛰어들었고, 엄마 김미형(51) 씨는 밤낮없이 빌딩청소, 가사도우미 등을 하며 에스더의 꿈을 위해 살았다.

대학에서 국악성악을 전공하며 음악가의 길을 꿈꿨던 엄마 미형 씨에겐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에스더가 특별했다.

잠시라도 쉬는 시간에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딸에게 좋은 선생님이 돼 줄 수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찾아 수소문했다.

능력이 부족한 자신 대신 누군가 이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주길 간절히 원했고, 조금씩 들어오는 공연 행사가 그 기회가 될 거라고 믿었다.

엄마의 꾸준한 노력 끝에 에스더에게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는 한 대학의 교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또 그동안 동영상으로만 봤던 유진박을 만나 함께 협연하고 조언을 받으며 많은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2015년 6월 유방암 3기 선고를 받은 미형 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미형 씨는 세 아이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에스더는 자신의 연주를 듣고 기뻐하는 엄마를 위해 더 열심히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바이올린을 든 에스더는 당차게 외친다. "가난 때문에 용기를 잃고 싶지는 않아요!?

가난을 이겨내고 전자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소녀와 어린 딸의 꿈을 지켜주고 싶은 부모 광모 씨와 미형 씨..이들 가족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삶의 선율을 인간극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해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2017년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방송되는 인간극장에서는 유진박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1996년 12월 겨울..생선가시 모양의 전기바이올린을 어깨에 얹고 현란한 연주로 KBS 공개홀을 뜨겁게 달군 스물 두 살의 앳된 청년, 그는 뉴욕에서 온 유진 박(43)이었다.

클래식에서 재즈, 록, 컨트리, 랩, 국악에 이르기까지 바이올린 하나로 환상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유진은 마이클잭슨 방한콘서트와 故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 초청 연주를 할 만큼 연주자로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0년 전인 그때나 지금이나 유진의 연주는 김상철(57)씨를 흥분시킨다.

당시 가수도, 배우도 아닌 바이올리니스트를 스타로 만들겠다는 상철씨를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지만 오로지 유진의 연주만을 믿고 무대에 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진과 상철씨는 인생에서 최고의 전성기라 할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그 시간은 길지 못했다.

15년...각자의 길을 걷다 긴 세월이 흘러서야 다시 만난 두 사람..화려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궁색하고 단촐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무대에 설 때 가장 유진답고, 무대에 선 유진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상철 씨..두 사람의 재회는 이들의 남은 인생에 또 한 번의 영광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 안녕하세요. 유진 박입니다

"전기바이올린 알죠? 유진 박입니다."

유진은 오늘도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아이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유진을 사람들도 무척 반가워한다.

에너지 넘치는 즉흥 연주로 1990년 후반을 뜨겁게 달궜던 유진..그의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듯 여전히 무대에 서면 청중을 압도한다.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낼 때면 뒤에서 지켜보는 상철씨 마음도 더 없이 기쁘다.

20년 전 첫 무대에 섰던 유진의 모습이 아직 그의 눈에 선하기만 한데...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유진과 매니저로서도 승승장구 했던 두 사람..잘 나가던 이들은 왜 헤어졌던 것일까.

# 인생의 매니저

상철 씨가 유진의 매니저로 다시 일한지 2년째...5분 거리에 있는 집을 두고 유진의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그런 남편을 둔 아내 이선화(51)씨는 매일같이 유진의 집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두 남자의 식사를 챙기고 청소와 빨래까지 두 집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아티스트와 매니저라는 비즈니스 관계를 떠나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두 사람.

떨어져 지내는 동안 그리움이 컸던 탓일까...상철 씨와 유진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애틋하다.

선화 씨는 그런 두 사람을 은근히 질투하기도 한다.

매일 유진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상철씬 행복한데...유진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일까?

# 헤이, 유진

유진의 기분은 변덕 많은 봄날만큼 자주 흐렸다 맑았다 한다.

스물 살 때부터 발병한 조울증(양극성장애)은 1년에 한 번 정도 크게 유진을 괴롭힌다.

곁에서 함께 지내는 상철씨도 이때만큼은 유진을 제어하기 힘들다..어디로 튈지 모를 유진의 행동 때문에 밤잠도 설쳐야 한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 상태가 나타나면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까지도 잠을 이루지 않는 유진..그런 유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숙면이다.

잠을 잘 자는 유진을 볼 때야 상철씨도 마음이 놓인다.

유진의 컨디션에 따라 무대에 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데...조울증으로 연주를 못한다는 잘못된 보도 때문에 섭외에 애를 많이 먹었다.

봄날처럼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두 남자...시간은 나이를 쌓아 어느새 중년이 되고, 육십 고개를 바라보지만 이들은 아직 뜨거운 눈부심이 있는 여름날을 함께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헤이, 유진 오늘도 파이팅!"

한국계 미국인인 박씨는 세 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알렸고 클래식뿐 아니라 팝이나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소속사의 감금·폭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긴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박씨는 이후 팬들이 구명 운동을 벌인 끝에 새 소속사와 활동했지만, 이후에도 소규모 지방 음식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발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박씨의 가족이 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사유로 판단능력이 결여되거나 부족한 성인이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 관련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제도다.

민법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권자로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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