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의 바디감에 대해서 한 칼럼을 할당해 설명한 이유는 ‘바디감’이 페어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실 때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먹어야 와인의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를 ‘Mariage(마리아주)’라고 부르며 프랑스어론 결혼 혹은 약혼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굉장히 로맨틱한 단어의 뜻 만큼이나 음식과 와인을 잘 선택하는 능력이 있으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수월하여 매우 유용한 상식이다. 이런 마리아주의 기초는 ‘바디감이 비슷한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을 경우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음식의 바디감을 구성하는 요소는 재료, 조리방법, 소스로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소스의 사용을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성격을 살리는 방식으로 조리해, 붉은 육류보다는 흰 육류를 사용하면 바디감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날 생선인 ‘회’는 가볍고 깔끔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최근 경험을 얘기해보자면 지난 달 속초의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방어회와 cono sur 샤르도네는 바디감이 비슷했고 덕분에 자리의 분위기를 빛내는 페어링이 됐던 바 있다. 생선의 지방이 레드와인에 포함한 타닌과 안 어울려서 피하는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디감이 비슷한 음식과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페어링, 마리아주의 핵심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음식은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며 진한 소스의 소고기 스테이크는 다소 full-body의 레드와인을 선택해야 더 잘 어울린다. 자리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결정하는 데에 바디감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 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한국에선 유독 와인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떠올리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을 정말 싸게 사서 주스와 같이 마실 정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한국의 와인가격이 미국, 유럽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소비도 활성화되며 유럽처럼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된다.
와인의 바디감을 느끼려면 마트 혹은 백화점에 가서 적당한 가격의 레드와인 두 병을 구입하시어 친한 지인과 와인을 사이에 두고 ‘바디감’을 비교해 보길 바란다. 2017년의 끝자락 와인의 ‘바디감’으로 시작해 행복의 바디감에 대한 대화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
글=노시정
-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소믈리에 자격증
- 보르도와인협회(Civb) 자격증
- 와인모임(Readrink : 읽고마시다) 주최자
- 와인애호가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