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회 풍경이 바뀌고 있다.학교 운동장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져 각종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울려 퍼지던 박수와 응원가, 점심시간이면 할머니부터 어린 동생까지 온 가족이 함께 김밥을 나눠 먹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20여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운동회 날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운동장에 동네 주민들이 빼곡히 들어서는 것은 진풍경 중 하나였다.오랫동안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가족들의 안부를 묻곤 하던 것은 운동회 장소에서 가능했던 일이였다.하지만 최근에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학부모의 운동회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었던 ‘2인 3각’이나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줄고 있고, 점심 역시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밥 대신 급식 제공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정겨운 동네 축제였던 운동회 풍경이 이처럼 변하고 있는 데는 예전과 달라진 교육 환경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연간 수업시수를 맞추기 위해 잦은 연습이 필요한 운동회보다는 수업과 연관된 발표회를 선호한다는 게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대전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운동회 프로그램은 학교의 교육과정 다변화로 많이 줄고 있다”며 “운동회 보다는 학습발표회 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또 학교 증축 등으로 좁아진 운동장 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온 동네 주민들이 함께하는 운동회를 열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한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세태 변화에 대해 학창시절 만들어야 할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4일 대전 문정초등학교 운동회에 참여한 김영순(64·여) 씨는 “예전과는 다른 운동회 풍경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던 예전 운동회가 그립다”고 말했다.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