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훈

무더운 여름, 마음 편히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높은 전기세를 걱정해서 일 것이다. 건강까지 해칠 정도의 더위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만드는 높은 전기세는 과연 누구를 위한 요금 정책일까?

사람들이 이렇게 전기세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전기 누진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사용한 전기량에 비례하도록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기본요금은 200kwh 이하 사용 시 910원, 201~400kwh 사용 시 1600원, 400kwh 초과 사용 시 7300원이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전력량 요금 또한 구간별로 적용된다. 처음 200kwh까지 93.3원으로 계산되며 다음 200kwh까지는 187.9원, 400kwh 초과 시 280.6원으로 요금이 계산된다. 이렇듯, 기본요금과 더불어 전력량 요금까지 사용 전기량에 비례하는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므로 국민들은 많은 전기를 요하는 에어컨 가동을 꺼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국민의 쾌적한 생활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누진세는 왜 만들어진 것일까? 

기본적으로 전기 누진세는 전기의 과도한 사용을 막고 블랙아웃 등의 전력 부족으로 인한 국민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력 사용 비율을 보게 된다면 과연 누진세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 비율을 살펴보면, 약 53%정도의 전기 사용이 산업용 전기 사용량으로 이루어지며, 약 32%정도는 일반용에서, 마지막으로 약 13%정도가 가정용 전기로 사용됨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전기의 과도한 사용을 막고 전력 부족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를 제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여기는 다른 OECD 국가들의 전기 사용 비율을 보면 산업, 일반, 가정용 전기 사용 비율이 거의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용에 비해 산업용 전기료가 매우 싼 편이며 기업들은 특히 전기료가 더 낮은 경부하 전기료 적용 시간대를 적극 활용하여 적은 비용을 들여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더 싼 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전기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렇듯 전기 누진세는 본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 실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높은 전기료가 국민의 절약을 도모하고 블랙아웃을 막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누진세의 진실 된 목적이 전기 절약과 보조 전력 확보에 있다면, 일반 국민을 압박하지만 말고 기업에 적용하는 전기료에 대한 개편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내년 여름 또한 우리 건강을 해칠 만큼 더운 여름이 될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부디 더위로 인한 피해를 에어컨으로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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