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앞두고 간부직에 도 공무원 낙하산설

사무처장 폐지와 부장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충남문화재단과 상위 기관인 충남도 사이에 인사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신설되는 간부직에 고위공무원을 내려보내 사무처장에 준하는 자리를 확보하려는 도의 움직임과 공무원의 고착화된 자리를 더 이상 내줄 수 없다는 문화재단의 생각이 충돌하고 있다.

4일 충남도와 도 안팎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지난 연말 재단 대표이사 아래 최상위직제인 사무처장을 없애고 경영부장, 예술부장 등 양 부장 체제의 조직개편안을 수립해 도의 승인을 받았다.

조직개편은 현 사무처장의 2년 임기가 만료되는 이달 중 단행될 예정이며 문화사업 업무를 총괄하는 예술부장은 내부승진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경영부장 자리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영부장은 예산, 인사, 홍보 등 재단 경영 전반의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인데, 4급 상당의 도 간부공무원이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그간 도 3급(부이사관) 간부공무원이 재단 사무처장에 임명되던 관행이 사무처장 직제 폐지로 사라지는 마당에 무리수를 둬서라도 도 공무원을 경영부장에 앉혀 ‘낙하산 관행’을 이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대두된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영부장 채용이 이달 중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용방식은 재단이 결정한다”며 “경영부장 자리가 비어있으니 기회가 되면 도에서도 응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으나 퇴직을 2~3년가량 남겨둔 4급상당의 직원 중 의지가 있는 사람이 명예퇴직 후 응모하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재단의 정원은 30명, 현원은 24명으로 이중 4명이 도(3명)와 도교육청에서 파견나간 공무원들이다. 재단 출범초기 조직이 안정되면 파견공무원을 철수하기로 했지만 그대로다. 이들은 재단에서 팀장급에 포진해 있다. 공무원의 행정마인드와 문화예술 활성화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부장 공모가 있을 것이란 도의 설명과 달리 재단 내부에서는 도 공무원 특채설이 회자되고 있다. 현재 재직중인 도 서기관을 파견형태로 내려보낸 뒤 명퇴 후 특별 채용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재단 내부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무처장 직제를 없애 업무와 조직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파견공무원을 자연스럽게 철수시키려던 조직개편의 당위성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도 고위공무원이 채용된다면 3급에서 4급 서기관으로 직급만 달라졌을 뿐 재단이 도 간부공무원의 자리보전에 그대로 활용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도 고위공무원의 채용과 관련해 대두될 수 있는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해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 및 질의를 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가 낙하산 형태로 내려보내는 공무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현보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도에서 고위공무원을 내려보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바는 없다”며 “직원 채용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을 아꼈다.

충남문화재단은 도의 문화예술 진흥정책 개발·자문, 문화예술 창작·보급·활동지원, 전통문화예술 계승·발전을 위해 2014년 도 출자출연기관으로 출범했다. 연간 도비 출연금 24억 원을 포함해 국비와 시·군비 등 150억 원의 예산이 지원돼 도로부터 지도감독을 받는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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