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오늘 상임위원회·내달 2일 본회의서 존폐 심의

충남인권조례의 명운이 이번 주 결정된다. 충남도의회는 29일 상임위원회와 2월 2일 본회의에서 인권조례 존폐를 논의한다. 도의원들의 집단지성이 폐지로 기운다면 6년 전 의원발의를 통해 제정한 인권조례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고 전국 첫 사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반면 존치 쪽으로 결정될 경우 다수당으로서 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하며 전면에 나선 자유한국당은 정치력 부재와 정치적 분열을 자인해야 한다. 지역사회 양극화와 논란을 확산했다는 비난의 화살은 덤이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9일 한국당 김종필 의원(서산2)이 대표발의한 ‘충남도민 인권 보호·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심사한다. 한국당 소속 27명 의원 중 24명과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 등 25명이 폐지조례안 발의에 동참했다. 이들은 도민 간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 갈등관계 지속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도민 상당수가 인권조례 폐지청구 중이므로 대표기관인 도의회가 도민의 뜻을 능동적으로 받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충남기독교총연합회는 7만 7000여 명의 주민 연서(連署)를 받아 충남도에 인권조례 폐지청구인 명부를 제출했고 관련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단체는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고 주장한다.

각종 조례 제·개정안을 심사하는 행자위에서는 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문 의원(천안4)은 “역차별이나 부작용이 단지 ‘우려’된다는 이유로 조례를 폐지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조례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인권조례 폐지반대 논리를 충분히 피력하고 의원들을 설득해 상임위 차원에서 폐지조례안이 보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자위 소속 위원은 모두 8명으로 한국당 김동욱 의원(천안2)과 김종필 의원이 각각 위원장,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나머지 6명 위원 중 4명이 같은 한국당이다. 민주당 김종문·이공휘(천안8) 의원 등 2명을 빼면 6명 전부 폐지조례안 발의에 서명했다. 심사안건을 본회의로 넘기기 위한 가부 표결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한국당의 밀어붙이기가 성공한다면 인권조례는 벼랑 끝에 선다. 2012년 5월 제정 이후 불과 5년여 만에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폐기처분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재적의원 40명 중 과반수가 출석해 과반수가 동의하면 인권조례는 폐지된다. 폐지조례안 발의에 참여한 조치연 부의장(계룡)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바뀌었어도 한국당 의원은 26명으로 여전히 다수당이다. 민주당 11명, 국민의당 2명을 수적으로 압도한다.

안희정 재선(再選)지사 체제 아래 인권도정을 추구해온 도가 인권조례 폐지에 대응해 검토 중인 카드는 재의(再議) 요구와 대법원 제소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두 가지 길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 의회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위반이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지자체장이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의회가 재의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2/3 이상 찬성으로 종전과 같이 재의결해도 법령위반으로 판단되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게 가능하다.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결정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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