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로 공급이 줄어든 산지 쌀값이 크게 올랐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비싸진 산지 쌀값으로 적지 않은 농민이 쌀농사로 업종을 변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다시 쌀값 폭락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전망 2018: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농촌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18년산 쌀 생산량은 2017년산 쌀과 같이 공급이 수요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 전체 쌀 공급량은 이월 재고량 증가에도 생산량 감소로 전년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즉 내년에도 가격 상승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언뜻 산지 쌀값 상승으로 농민의 수익이 오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반대로 높아진 쌀값으로 쌀농사가 늘어 과잉공급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2017년산 산지 쌀과 같이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기 위해 쌀 조정생산제를 도입했다. 이는 계속된 과잉공급으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올해 5만 ㏊ 수준의 벼 재배면적을 감축할 예정이다.

정책목표가 달성될 경우 2018년산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약 6.6% 감소한 70만 5000㏊ 내외로 예상된다. 그러나 쌀 생산조정제에 대한 참여의사에 대해선 참여의향 면적이 약 2만 7000㏊로 정부 목표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KREI가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벼 재배의향을 물은 결과 벼 재배의향 면적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73만 9000㏊ 수준으로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면적감소율(2.4%)과 전년 감소율(3.1%)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충분히 쌀 생산량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고 2017년산 산지 쌀값 상승이 일시적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부의 목표대로 공급 감소가 일어나 쌀 가격이 안정세에 들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린다 해도 급등한 쌀값으로 수요의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올해 식량 수요량은 302만 2000 톤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고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으로 전년 대비 2.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점차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데 쌀값이 높아지면 수요는 이를 회피할 수밖에 없다. 쌀 가공과 해외원조 증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재원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쌀값 폭락은 충분히 다시 나타날 현상이다.

KREI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가 도입될 경우 2020년 양곡연도 벼 재배면적은 65만 5000㏊까지 감소하지만 생산조정제가 끝난 이후 벼 재배면적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회귀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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