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폐지는 헌법정신 훼손, 법령위반” 강력 성토

▲ 안희정 충남지사가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에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를 요구했다. 충남도 제공.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민인권조례 폐지 결정을 내린 의회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재의(再議) 요구를 공식화했다. 또 인권을 정쟁이나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닌 인류의 숭고한 가치로 규정하면서 인권조례 폐지는 헌법정신 훼손, 법령위반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안 지사는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조례 폐지는 어떤 측면으로 봐도 공익에 기여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으나 폐지조례안이 불러올 도민과 인권약자들의 피해는 명확하다”며 “도의회에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재의를 엄숙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도의회는 자유한국당 소속 24명과 국민의당 의원 1명 등 25명이 공동발의한 ‘충남도민 인권보호·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원안가결한 데 이어 이달 2일 제301회 임시회를 열고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25명, 반대 11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에서 제정·시행 중인 인권조례가 폐지된 건 처음이다.

이날 안 지사는 의회가 인권조례 폐지를 위해 내건 명분들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안 지사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한 헌법 10조를 내세워 “지방정부도 국가의 일부로 당연히 인권보장의 의무를 지고 있다. 인권수호는 지방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의무”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인권조례 폐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지방정부에 부여한 인권보장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인권책무를 부정하는 폐지조례안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 지사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역시 명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헌법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에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차별과 배제를 목적으로 발의된 폐지조례안은 헌법과 국내법, 국제인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낙인찍는다면 충분한 예방과 치료효과를 거둘 수 없고 오히려 유병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안 지사는 “조례폐지가 확정되면 조례를 근거로 설치·운영중인 충남인권센터와 도 인권증진팀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지자체장이 행사하는 조직편성권에 대한 견제의 범위를 넘는 침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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