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출마예정자들 표밭 갈이 급제동…친문과의 권력 암투서 밀리는 형국

‘안희정 쇼크’로 여권 내 친안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친노(친노무현)계에서 파생된 더불어민주당 친안(친안희정)계 인사들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폭로되자 마치 해머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어리둥절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충청 정가에선 민선 6기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안희정 친구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당시 비서실장으로 안 전 지사와 호흡을 맞췄던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갑) 등이 대표적인 친안계로, 안 전 지사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당의 방침으로 이들의 입지는 급속히 위축됐다.
또 6·13 지방선거 정국에 대전시장 예비후보인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충남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부여군수 선거에 도전하는 박정현 전 정무부지사,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허승욱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 등이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설 친안계 주자들로 이들의 앞날도 안갯속에 휩싸였다.
친안과 친문 사이를 오가며 ‘안희정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던 박 전 대변인의 경우 6일 선거운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고, 허 전 부지사는 불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친안계 출마예정자들은 하루아침에 향후 거취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친안계와 친문계의 권력 암투에서 불거져 나온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안 전 지사와 그의 성폭행을 폭로한 여비서는 상호 합의 하에 불륜 관계를 맺어왔는데, 모종의 이유로 사이가 틀어졌고, 정치판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전 지사와 친안계를 궁지에 몰려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여비서에게 접근,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에 편승해 안 전 지사를 정치권에서 매장시켰다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루머는 사실 여부를 떠나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으로, 여비서의 폭로에 안 전 지사가 성폭행 사실을 시인했고, 민주당에서 그를 즉각 출당·제명시킨 만큼 도덕적으로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이미 입어 ‘유구무언’인 상황이 됐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인권을 박탈하는 성폭력은 정치계부터 근절돼야 한다” 등의 글과 함께 안 전 지사를 긴급 체포해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