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최대 변수로 불거져…여야 승부 안갯속으로
6·13 지방선거를 정확히 100일 남겨놓은 지난 5일 일순간 한반도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안희정 사태’가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안희정의 친구’임을 내세워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 나섰던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전 청와대 대변인)는 여성 정무비서를 상대로 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자 6일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을 발표, 선거운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박 예비후보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당사자가 얼마나 고통 속에 힘들어 했을지 진심으로 위로 드린다. 도민들께서 받은 상처에 어떻게 사죄드릴지 가슴이 먹먹하다. 도청 공무원 가족의 참담함도 눈에 밟혀 차마 위로의 말씀도 드리지 못하겠다”면서 “안 전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이다. 이 시점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해야 도민들께 사죄드릴 수 있을지 성찰하겠다. 그러한 내용과 방법에 결심이 서면 말씀을 올리겠다”며 참담한 심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처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인 안 전 지사가 성폭행 의혹 폭로로 8년간의 도백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고 정치활동을 전면 중단, 이번 사태가 충청권 정치 지형을 뒤흔들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안 전 지사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5·9 장미대선 승리 이후 어느 때보다 높은 지지율로 4년 전처럼 충청권 광역단체장 ‘싹쓸이’ 재현 가능성을 점쳐왔다. 이에 따라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자만심에 찬 얘기가 나돌았고, 양승조 의원(천안병),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전 아산시장 등 여당 충남지사 후보들은 앞다퉈 안 전 지사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전략으로 경선전에 뛰어들 태세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상황이 180도 돌변했다. 차기 대권을 넘보며 공고한 지지세를 구축해 온 재선 도백이 여비서를 성노리개로 삼아 성적 욕망을 채워온 파렴치범으로 전락하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안 전 지사가 깨끗하고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까닭에 이번 사건의 충격은 그야말로 메카톤급이다. 안 전 지사의 뒤를 이으려던 후보들은 경선 준비를 잠정 중단하고, 얼마만큼의 파장이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세로 인해 위축됐던 보수 야권은 전세를 역전시킬 호기를 얻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안 전 지사 사태를 계기로 분위기 전환을 노려 국정농단 파문으로 흔들리던 보수 표심을 결집, 6월 지방선거에서 그간의 설움을 씻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을 ‘성폭력당’으로 규정하고, 충남지사 후보를 공천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보수 야권은 지방선거 국면 내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여권과 진보 진영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대전시당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선고로 직위를 상실한 권선택 전 대전시장에 이어 안 전 지사까지 파렴치한 성범죄로 중도 사퇴하자 “충청인들은 분노한다.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 지난 4년 대전·충남은 잃어버린 시간이 됐다”면서 “민주당은 무슨 염치로 이번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고 지지를 부탁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