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성과 일군 대전, 결실은 타지역이 '냠냠'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화려하게 막을 내린 데 이어 동계패럴림픽도 성황리에 폐회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다. 1973년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과학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대전에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대전은 명실상부 ‘과학의 도시’로서 많은 연구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대덕특구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대덕특구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시험할 테스트베드는 대전이 아닌 타 지역에서 대부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외에도 대덕특구 출연연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면서다. 본보는 최근 대덕특구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톺아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평창서 보여준 최첨단 기술, 주인공은 대덕특구 출연연…그러나 테스트베드는 타 지역에서
2.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출연연…해결해야 될 문제 산적
3. 시와 대덕특구 출연연의 단절된 관계…소통과 협업은 ‘필수’

평창올림픽을 생생하게 미국에서 시청케 한 초고화질(UHD) 방송 전술 기술, 초고화질 대화면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평창 올림픽 중 강릉에서 열린 난타 공연을 현장감 있게 실황 중계한 울트라 와이드 비전(UWV) 기술,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5기가급(Gbps) 전송, 전세계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있는 자동통번역 앱인 지니톡, 복잡한 인천국제공항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증강현실(AR) 과학기술.

평창올림픽을 성황리에 마무리하게끔 뒤에서 묵묵히 도운 일등공신 과학기술이다. 우리는 이를 대덕특구의 기술력이라고 부른다. 그간 이뤄왔던 우리나라의 눈부신 과학기술을 세계에 뽐낸 주인공이자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막을 위해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낸 대덕특구 출연연의 과학기술이 녹아든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덕특구 출연연의 과학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대덕특구를 품고 있는 대전시에선 대덕특구 출연연의 과학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덕특구 출연연의 과학기술 우수성이 입증됐더라도 정작 해당 과학기술이 배출된 지역에선 외면 받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CCTV다. 해당 기술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치안현장 문제해결 아이디어 사례로 꼽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대전시가 아닌 제주시가 선제적으로 ETRI에 요청해 시범사업될 예정이다. 교통사고와 범죄률이 높은 제주시가 요청한 것이 십분 이해는 가지만 과학도시라 불리는 대전시 또한 발빠르게 해당 기술을 사람들이 밀집해있거나 사고가 잦은 몇 군데만이라도 테스트베드를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학도시 이름값을 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출연연 A 관계자는 “대덕특구 출연연에선 당장에 실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거나 테스트베드화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많이 존재해있다”면서도 “대부분 대덕특구에서 나오는 과학기술 테스트베드가 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기술이 나올때마다 타 지역에서 발 빠르게 기술 개발 등을 함께 진행하자고 한다”고 우회적으로 안이한 대전시의 행보를 비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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