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과 35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이날 밤 11시 15분경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는 펜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심경글이 올라왔다.
글은 “지금 이 시간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면 기업에 있을 때나 서울시장, 대통령직에 있을 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이 되어 ‘정말 한번 잘 해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재임 중 세계대공황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같이 합심해서 일한 사람들 민과 관, 노와사 그 모두를 결코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뿐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18.3.21 새벽 이명박”이라고 써있다. 글은 23일 0시 현재 5만 4000개의 댓글과 1만 4000회 공유가 되는 등 빠르게 온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수령해 논현동 자택을 찾아 영장을 집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의 독거실에 수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국고손실,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