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보건당국 커지는 공포감

 

지난 8월말 질병관리본부가 ‘원인 미상 폐질환 사망 원인’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20일 환경단체에서 산모뿐만 아니라 영·유아 등의 추가 피해자 사례를 발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한 것도 아니고 강제리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아 해당 제품들이 시중에서 여전히 판매되는 등 시민들만 우왕좌앙, 공포감만 커지고 있다.

▲혹시 우리 가족도?
지난 20일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원인 미상 폐질환에 걸려 사망하거나 병에 걸인 영유아 6명과 산모 2명의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가습기살균피해자모임도 만들어져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는 실정. 지금까지 알려진 산모와 영유아 외에도 건장한 성인남성의 사례까지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년간 또는 몇 개월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환절기, 겨울철 내내 써왔는데 딸은 물론 저도 감기 증상이 낫질 않는다. 아이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 ‘5년간 써왔는데 기침과 가래가 끊이지 않고 이제는 한방치료를 받고 있다’, ‘3년 이상 사용했는데 일반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내용이다.

특히 주부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사이트 등에는 ‘00제품을 계속 써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 는 등의 질문이 올라오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정말 가습기 살균제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초음파식(또는 분무기식) 가습기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물입자는 폐 깊숙이 흡입될 수 있어 언제라도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가 흡착돼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기구”라며 “이런 가습기에 세정이나 살균을 목적으로 살균성분을 투여하는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은 곧바로 폐에 살균제를 집어 넣는 행위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후속 조치로 영유아와 성인 환자에 대해 관련학회를 통해 연구·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실험쥐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를 흡입토록 하고 실험 시작 1, 3개월 후에 각각 폐조직을 확보해 병리 소견을 확인, 전문가 검토를 거쳐서 내용을 공개하고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며 “산후조리원, 요양원, 보육시설 등 집단시설에 대해서도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원인으로 꼽진 않았지만 원인 미상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건당국도 인정한 셈이다.

▲여전히 판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는 여전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대전에서도 30곳의 마트 가운데 4곳에서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확인됐으며 일반 매장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가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강제리콜은커녕 주요 성분과 제조사,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는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강제리콜 요구는 물론 시민 스스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습기살균제 판매처 제보와 판매처 보이콧 시민캠페인 등을 벌일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문제가 있는지, 주요 성분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보건당국이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고 생산을 자제하라는 권고조치 정도만 내리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건조해지면서 가습기 사용 증가에 따른 추가피해가 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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