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소년 66% 찬성에도
교육현장선 부작용 우려 지적
“현재 정치교육 이론에만 그쳐”
가치판단 향상 노력 선행돼야”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욕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투표연령 조정에 대한 주장이 그 중 하나인데 청소년들 다수가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여론도 호의적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결단만 하면 현실화가 그리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일각에선 조심스런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론에만 그치고 있는 학교 교육의 현실에서 단순히 연령만 낮추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걱정에서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의 정치참여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생 1430명 중 65.9%가 투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돼 온 사회가 부패한 정치에 분노했던 기억을 무시할 순 없지만 당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선 찬성 비율이 24.7%에 그쳤다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다.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대통령개헌안 발의와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온 청소년들의 투표연령 하향 요구는 현재 정치권으로 이어져 정부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관련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투표 연령 하향이라는 오랜 숙원을 품은 청소년들의 희망과는 달리 교육 현장에선 자칫 여론에 휩쓸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투표연령을 조정해 부작용이 초래되진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청소년들의 선거 참여에 따른 교실의 정치화, 정치적 판단력 부족에 대한 점도 고민이지만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또는 정치에 관한 교육이 이론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걱정이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는 “선거라는 건 실질적으로 정치행위인데 우리나라는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교육이 아직 덜 성숙해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라는 특수공간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연령만 낮춘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표연령 하향 문제를 단순히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행사한다는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투표연령이 만 18세로 조정되면 청소년들이 선거에 참여해 정치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그 이전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정치 교육 등을 강화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투표연령 조정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 마련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만 하는 이유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에서 정치, 민주주의와 관련한 교육을 단순히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모의선거나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활발한 토론 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개인의 주관과 판단 능력 등을 키워줄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며 “최근 청소년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욕구가 강해진 만큼 선거연령 하향과 맞물려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적 차원의 노력들이 선행돼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