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노열 충남도립대 교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많은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공공보건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최근에는 공공보건은 지역보건이라는 말로 변화하였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지역보건관련 정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정부의 통합적인 역할보다 지자체의 지역보건, 즉 보건의료서비스의 충실한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2016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공개한 ‘시·도별 지역보건취약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자료 기준 충남은 17개 시·도 중 7번째(지역낙후성 4번째, 보건의료 취약성 8번째)의 지역보건 취약지역이었다. 여기서 지역보건 취약지역은 지역의 발전 잠재력, 재정여건이 취약하고 보건의료 수요(취약계층의 needs)는 높으나 지역보건자원에의 접근성이 낮고 건강수준도 열악한 지역을 말한다. 물론, 이 보고서가 2013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2012년과 2013년 지표의 증감을 통해 취약지역 순위를 매겼다는 점에서 현재의 충남지역 보건현황을 과거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과거의 충남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지역보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필자는 충남의 공립대학에서 보건의료서비스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의 교육자로서, 충남의 외면된 지역보건의료 시설 및 인력의 양·질적 개선이 절대적으로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역보건정책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인력의 수급은 지자체가 주도하여 정책 수립과 추진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점에서 공공의료기관(공공보건의료기관 중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제외한 기관)의 증설과 담당 전문인력의 증원은 반드시 이루어야할 부분이다.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2015년 기준 OECD 비교 국가 23개국 중 최하위이고 충남의 공공의료기관은 2016년 기준 14곳(7위/17개), 충남 인구 백만명 당 6.7곳(5위/17개)이다. 숫자로만 보면 중상위 수준에 속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 불안한 보건의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첫째 경북·경남·충북 등 많은 시·도에서는 2015년 대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충남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 둘째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응급의료 불편에 대한 해소가 어렵다는 점, 셋째 허가병상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어 기관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마지막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충남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의과, 치과, 한의사)는 182명, 간호사는 548명, 물리·작업치료사는 54명이었다. 인구수가 충남보다 적은 전북, 전남지역에 비해 50%도 되지 않는 인력이다. 또한 세종과 울산을 제외하면 앞에서 제시한 보건의료 인력은 최하위 수준이다. 최근 전문인력 공급에 대한 자구책으로 2018년에 충남도 의료 취약지에 공중보건의사 163명을 추가 배치하여 지역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외에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서비스인력 공급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이와 같은 충남 공공의료기관 인력 현황은 다른 보건의료 사각지대와 맞물려 지역보건 취약지역 탈피에 어려움을 주는 부정적 요인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충남의 노인인구(16.3%)와 장애인구(6.0%) 비율은 두 지표 모두 전국 5위에 해당된다. 그만큼 보건의료의 혜택을 받아야 할 의료취약계층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많은 도민이 의료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제반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급의 공공의료기관 신설, 많은 클라이언트(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병상 규모, 전문적이고 질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전문인력의 양성과 공급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친화도시를 강조하고 있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따라 보건 및 정신 전문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보건의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다. 해결의 주체가 되는 전문인력의 질과 양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문제의 해결은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보건의료분야에서 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와 함께 진료를 돕고, 치료를 하는 간호사, 물리·작업·언어 등의 치료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행복충만 충남의 지역보건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를 위해 충남에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공공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이 지역사회에 기반한 보건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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