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덕세 경장

우리는 학창시절을 거치며 국가권력을 각각 다른 기관에 분담시켜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권력 분립’의 원리를 배운다.

17세기 말 영국의 존 로크에 의해 입법권과 집행권의 2권 분립론이 주창된 후 18세기 초 프랑스의 몽테스키외에 의해 3권 분립주의로 완성됐으며, 현재는 세계 각국 헌법에 반영돼 근대입헌주의 헌법의 본질적 요소이자 기본원리로 확립됐다.

이러한 권력 분립의 원리가 오늘날 민주사회의 기본원리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특정한 기관이 권력을 집중할 때 발생하는 폐단을 지난 역사를 거쳐 수없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사법체계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아직 권력 분립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아 안타깝다.

근본적으로 선진국의 사법체계에선 권력 분립의 원리가 적용되므로, 경찰이 사건을 인지해 수사한 후 그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에서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공소를 제기하고, 법원에서 유·무죄를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경찰·검찰·법원이 각 권한을 명확히 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권력을 발휘함으로써 공정한 사법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보장 받지 못하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발휘해 제대로 된 견제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 균형을 잃고 있다. 국가의 법체계에 민주주의 근간인 권력 분립의 원리를 적용하지 않고 정의로운 사법체계를 바란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역사의 교훈이다.

경찰과 검찰은 국가의 정의를 위해 서로 존중받아야 하며 협력해야 할 기관이다. 그럼에도 본질에서 벗어나 서로 헐뜯고 권력 다툼을 하는 식으로 비치는 것은 우리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그저 권력 분립의 원리라는 민주사회의 당연한 원리가 수사권 독립에도 적용돼 보다 선진화된 사법체계가 구현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임덕세 <대전둔산경찰서 청사지구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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