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희 보령시농업기술센터 농업지원과장

지난주 2박3일간 숨가쁘게 전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어져 9월 평양공동선언이라는 성과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정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경제를 비롯한 다방면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농업분야에 대한 남북협력은 타 분야에 비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공동협력분야 중 필요성, 협력성, 효과성 측면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바로 농업부문이기 때문이다.

우선 농업협력에 앞서 북한농업의 현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인구는 2017년 현재 약 2540만명에 이른다.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 농촌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와 대조적으로 북한의 농촌인구는 984만명으로 총인구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의 경지면적은 전체 국토면적 1200만㏊ 중 15.9%인 191만㏊ 정도로 남한(164만㏊)의 1.16배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단위면적당 농업생산성은 평균적으로 남한의 65~7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지면적에 비해 낮은 생산성의 원인은 농업생산구조, 열악한 비료·농약·농기계·종자 등 각종 농자재의 공급 부족, 양수장·창고와 같은 농업 생산기반 시설 부실화, 그리고 산림의 황폐화에 따른 자연재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농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농가단위 자율경영권 부여, 협동농장의 자율경영 도입, 농가단위 책임제 등 소위 5·30 조치로 불리는 파격적인 농업개혁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는 통일에 대비해 한반도 식량증산을 위한 북한 적응품종 선발, 북한 지역별 작부모형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가 성과를 거두려면 북한 현지에서 실증시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농업협력은 이들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농업협력은 민관의 주체가 되는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의 성격이 짙어 정치적 민감도가 낮고, 북한 역시 농업협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남북 농업협력은 정상회담으로 무르익은 평화의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면밀한 청사진과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남북농업교류가 단순한 식량 지원이 아닌 농업 생산 인프라 구축, 농업개발 공동협력사업을 통한 남북공동식량계획 마련, 나아가 남북한 공동농업정책 수립 등 단계적 전략과 목표를 수립해 나가는 담대한 구상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 3월,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한국을 방문해 북한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통일 농업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청정지역과 남한의 농업기술의 시너지가 만나는 미래농업이야말로 한국 통일에 촉매제 역할을 할것이고, 통일된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할 블루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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