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 갈 터를 정할 때에는 지리(地理)와 산수(山水)가 좋아야 하며 산과 물은 수려한 돌로 산봉우리를 이루고 강과 바다가 서로 만나는 곳이 도읍의 터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맞는 도읍으로 고려의 왕건에 의한 송악산과 조선 초 이성계에 의한 계룡산과 북한산 도읍의 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려의 개성은 주산(主山)인 송악산을 중심으로 전형적인 장풍국(藏風局·바람을 막아주는 형국)으로 분지형태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궁궐인 만월대는 중심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 산과 물이 균형을 잘 이루지 못한다. 이는 왕권강화와 방어형 지세로 소극적인 기운이 돼 크게 번창하는 대국(大國)의 지세가 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살펴봤다.

이어서 조선 초에 도읍을 준비했던 신도안의 계룡산은 슬기로운 자태와 웅장함에 예부터 풍수가들에 의해 천하의 대길지로 지목됐다. 여기에는 개성과 한양의 터와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산세의 지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성과 한양의 기운은 백두산으로부터 백두대간(白頭大幹)을 따라 북쪽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국으로 권력의 힘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제왕의 시대에 맞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계룡산의 지세는 백두대간이 북에서 시작해 한반도 전역을 지나서 끝자락인 남덕유산에서 북쪽으로 올려오는 형국으로 권력의 힘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오는 백성이 주인인 시대의 도읍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풍수가의 이론과 도참사상이 접목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아지며, 그 만큼 권력이 하나로 집중됨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이 되어 공평한 세상을 꿈꾸었던 선조들의 이상이 함께 결합됐음을 알 수 있다. 계룡산의 또 다른 특징은 개성과 한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산과 물의 규모가 균형을 이루고 산과 물이 서로 감싸 안고 돌아가는 풍수의 최고인 산태극(山太極)수태극(水太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세로 산의 규모와 물의 규모가 맞게 어울려 음양이 균형 잡힌 태극을 의미한다. 대부분은 지세를 살펴보면 내륙지방은 산이 높고 크면 물이 부족하고 해안지방은 산의 규모보다 물이 더 많은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개성과 한양의 지세는 산과 물이 태극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세보다는 산세에 치우쳐 있음으로 정치력은 강할 수 있으나 경제적 측면은 약하다는 의미이다. 정치와 경제가 균형을 이룬 발전이 되어 모든 국민이 함께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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