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변동금리 대출 선호도 높아

은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고정금리 비중은 27.5%다 지난해보다 8.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2011년(18%) 이후 가장 낮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조절,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고정금리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금리 변동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권고했으나 반대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는 전년보다 2.5%포인트 상승한 47.5%였다.

한은 관계자는 “고정금리는 주로 장기물이 많은데 금리 인상기에는 장기물의 금리 인상 폭이 단기물보다 커 단기물·변동금리 대출 선호도가 높아진다. 단기·변동금리 위주로 대출이 늘어나 장기·고정금리 대출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 권고한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는 계산법이 따로 있다. 단순히 수치를 비교해 목표에 미달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고정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를 이루는데 가계부채 주범으로 지목돼 대출이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기이긴 했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긴 어렵다는 관측 때문에 차주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덜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 초기에는 고정금리가 차주들에게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금리 인상기도 거의 끝나간다는 관측이 점차 확산됐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