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적 의무보다 사회적 가치 합의 필요
대세연 여성가족정책센터, 제1회 젠더콜로키움
#. 지난 2014년 한 대학에서“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듬해 메갈리아 사이트가 등장했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젠더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혐오, 젠더 갈등은 소비사회가 도래한 시기 사회적 방치와 가부장적인 의무 강조가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세종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가 19일 개최한 제1회 젠터콜로키움에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최영지 발표자는 ‘소비사회와 청년세대의 여성혐오’ 주제발표를 통해 “소비사회 자체가 청년세대의 개인화와 타자문화에 기여하고, 이것이 남성의 지위변화와 혐오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위기와 불안이 약자에게 왜곡돼 투사되고, 남성들의 지위상실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 여성에게 폭력을 일으키거나 여성이 약자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 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며 “IMF 외환위기에 따른 신자유주의 질서가 공동체적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시키면서 약자에 대한 혐오가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소비사회에서 여성의 소비주의 욕구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며 “여성의 소비사회적 욕구가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된장녀에서 현재는 젊은 여성 모두가 김치녀가 됐다. 소비사회적 논리에서 여성들은 비난받고 있다”고 현상을 해석했다. 또 “가부장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불만이 ‘이기적인 여성과 불쌍한 남성’ 담론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보수 정부의 여성에 대한 규범적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과 초저출산율에 대한 공동체 위기 담론을 강조한 정책 등도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공동체적 의무 강조로 청년세대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새로운 가치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젠더 갈등 시작점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 강인화 박사는 ‘한국 징병제와 국민·남성: 1945~1960’ 발표를 통해 한국 징병제, 병역 계급에서 초기 젠더 갈등이 발생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주의와 탈냉전화를 해체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분단 등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 이어온 젠더 갈등이 심화되며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병역 이행자들 대다수가 스스로를 징병제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동시에 현 제도의 적극적인 옹호자로 기능하기도 하는 모순과 양면성이 발현되고 있다”며 “이는 민주화 속 탈냉전, 탈분단 이후 생긴 모순 덩어리 속에서 젠더 갈등의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선영·김지현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