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시인
북한 최고 실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1월 17일 오전 8시 30분에 급사를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19일 정오에 공식 발표되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정세로 지금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74년 국방위원장으로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된 김정일 북한공산당 총비서의 피 비린내 나는 37년 철권통치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김일성 탄생 100주년)으로 삼겠다던 그도 저승사자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애타도록 기다렸던 2012년을 보름 남짓 남겨두고 그렇게 초라히 철마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말이다. 우리민족의 가슴에 천추의 한을 남기고 떠나는 그를 지켜보면서, 이렇듯 연민의 정을 느끼는 까닭은 도대체 무슨 연유 때문일까?

아마도 60년 동안이나 우리 민족의 번영을 총뿌리로 막아섰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다. 우리는 측은지심으로 그렇게 김정일의 영면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사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것이다.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덕은 닦은 데로 간다’는 속담을 5000만 민족의 가슴 가슴에 상기하며 말이다.

국민의 정서상 정부차원의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도 부득불 조문을 가겠다고 날뛰는 철딱서니 없는 지식인에게 묻는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그렇게 공산주의에 미쳐 날뛸 때, 5000년 보릿고개를 없애고 민족중흥의 새 역사를 창조할 때, ‘88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세계로 우리 민족이 웅비할 때 당신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한 사람들이였느냐고 말이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까지도 절절매던 북한공산당 김정일이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면서 지금 한반도엔 세계평화의 서광이 일고 있다. 대놓고 어깨춤을 출 일은 아니지만 실로 60년 만에 맞보는 이 환희와 기쁨까지를 어찌 모른다 외면하겠는가? 그리하여 필자는 오늘 이 땅을 지키다 영문도 모른 채 산화한 영혼들을 달랠 시 한 수를 바치려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세상을 하직하는 일이고 그 보다 더 불행한 일은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다’는 자작시를 말이다.

상황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천하의 망나니로 세상을 하직한 김정일의 영혼을 끝으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몰상식한 개망나니들이 판치지 못하도록 선량한 우리 민족을 굽어 살피시라는 염원을 담은 시를 말입니다.

그렇다. 암만 생각해봐도 김정일의 죽음은 예사롭지가 않다.󰡐강성대국󰡑원년을 목전에 두고, 헌정사를 더럽혀온 60년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라는 추상과도 같은 국민의 명령을 앞에 두고 종북 세력의 구심점인 김정일이 그렇게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난 것을, 우리는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대한민국에 내린 축복이라 감사를 하자.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제 7000만 하나가 될 민족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그날을 위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자.

지금 우리에게는 모처럼 한반도에 불어 닥친 평화통일의 훈풍을 민족 번영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는 남과 북이 영원한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7000만 가슴 가슴에 새겨야 할 통일한국의 새 봄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거추장스러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내동댕이치고, 배부르게 한번, 사람답게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함성으로 난리 법석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해묵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끌어안고 그리 쌈박질만 해대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그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차라리 국민들은 정치혐오증의 와병으로 하나 둘 등 떠밀어내면서 말이다.

자기네들 행동거지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정치권은 지금 내년 총선과 대선에 쓰고 버릴 또 하나의 정당을 만드느라 열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쓰레기 같은 정치집단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영혼도 없는 하루살이 같은 정치집단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인데도 말이다.

‘너희들이 게 맛을 아느냐’는 우스꽝스러운 상업광고처럼 ‘너희들이 정치를 아느냐’는 국민의 조소가 빗발치는 정말 씁쓸한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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