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미룸갤러리 대표

옷장 안에 잘 정돈된 와이셔츠와 한 번은 입었을 법한 와이셔츠가 옷걸이에 걸려있다.
그 밑에는 주인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해골이 앉아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여기서 살아있는 생명체는 고양이 뿐이다. 그런데 갤러리는 고양이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다.
그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눈은 옷장(관), 와이셔츠(수의), 해골(인간), 장식품(소모품)으로 쏠린다. 왜 작가는 이런 설정을 했을까.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관, 수의, 인간, 소모품으로 바꾸어 읽힌다.
살아있는 생명(고양이)이 죽은 사물들을 보고 있다. 검은 고양이의 눈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인간들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작가는 친절하게 표현했다. 고양이의 털을 흰색이 아닌 검은 색까지 써 가면서. <김희정 미룸갤러리 대표>
박수경. 1980년~
작품명: 평행의 관계
크기: 162×130.3cm
재료: Acrylic on canvas
제작년도: 2016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