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이라는 말은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비어 있는 곳에 채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과 다를 바 없다. 시간으로 공간을 메울 수 있겠는가. 그것도 인간의 시간으로 말이다. 그런데 인간은 끝임 없이 이런 일을 반복하다 죽는다. 혹여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내가 발견했다면 그것은 공간이 아니다. 우주의 기원에서 볼 때 공간은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이나 행성이 사라지더라도 그 공간은 그대로 있다.
몸에서 공간을 얻기 위해 아니 공간을 넓히기 위해 수도자들은 한 생을 건다. 물질의 무용론을 깨우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스터웁쓰’라는 작품에서 공간으로 들어가는 달마를 보았다고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까. 생각해 보면 이런 시각조차 공간에서는 의미가 없다. 공간은 티끌 하나도 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정훈. 1973년~
작품명: 미스터웁쓰-진공묘유(眞空妙有)_E=mc2
크기: 29.7_x_21.0cm
재료: Digital_Mix-Painting
제작년도: 2018
금강일보 기자
kkang@ggilbo.com
